LG화학 2차전지(배터리) 기술을 탈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주가가 26일 급등했다.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에 앞서 양사 간 “합의가 임박했다”는 루머(소문)가 시장에 돌았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그러나 합의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SK이노베이션은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만1500원(7.03%) 급등한 1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까진 16만원 안팎에 거래됐는데, 오후 들어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와 장 막판 크게 상승했다. 시장에선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분쟁 합의에 근접했다는 내용의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메신저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구체적인 합의 방안까지 담겨 투자자들이 더 강하게 반응했다. “SK이노베이션이 현금 배상액을 최소 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현물배상을 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현물배상은 SK그룹 내 배터리 소재 사업을 하는 SK아이테크놀지와 SK넥실리스가 LG화학과 협력, 양사 간 ‘윈-윈’ 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SK가 LG화학에 배터리 소재를 좋은 조건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법적 분쟁을 무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조인트벤처(JV) 설립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언급됐다. SK이노베이션이 계열사 지분이나 자산을 일부 떼어주는 식으로 LG화학과 JV를 세울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확인한 결과, 두 회사는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과 지속적으로 합의를 시도하고 있으나, 진전된 내용이 일절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실무자 간 만남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LG화학 관계자도 “배상액을 포함해 구체적인 합의 방안이 논의된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대체로 관련 내용을 접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ITC 판결 이전에 어떤 식으로도 양사 간 결론을 지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ITC 판결이 확정되면 어느 한 쪽이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ITC가 LG화학 손을 들어주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 배터리 관련 부품과 설비를 들여올 수 없어 사실상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한다. 반대로 SK이노베이션이 이기면, 한국 기업 간 분쟁을 야기했다는 비난을 피할수 없을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자신들의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와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ITC는 당초 지난달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으나 두 차례 결정을 연기한 바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