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해 만든 미 중앙은행(Fed)의 긴급대출 프로그램 일부를 올해 말 없애겠다고 나섰다. Fed는 이들 대출기구를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월 권력 이양을 앞두고 몽니를 부리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미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 3월 긴급 부양책(CARES Act)에 따라 집행된 자금으로 만들어진 대출기구들이 설립 목표를 명확히 달성했다"며 예정대로 12월31일까지 기구를 정리해 종잣돈인 4550억달러를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므누신 장관이 종료를 요구한 프로그램은 중소기업 대상의 대출을 다루는 메인 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Main Street Lending Program)과 주·지방정부 유동성 기구'(MLF), 기업 회사채를 사들이는 '유통시장 기업 신용 기구'(SMCCF) 및 '발행시장 기업 신용 기구'(PMCCF) 등 네 가지다.
재무부는 다만 단기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CP매입기구(CPFF)와 머니마켓뮤추얼유동성창구(MMLF), 중소기업 급여보호 프로그램(Payroll Protection Program) 간접 지원 등의 Fed가 자체적으로 설립한 프로그램들은 운용 기간을 90일 연장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Fed는 짧막한 성명을 내고 "코로나 확산기에 만들어진 비상대출기구들이 아직도 취약한 경제의 지원책 역할을 계속하기를 선호한다"고 거부의사를 나타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7일 "코로나가 미국 경제에 여전한 위협"이라면서 긴급 대출프로그램에 대해 "당장은 종료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월가 관계자는 "Fed의 성명을 보면 재무부가 별다른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종료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며 "떠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몽니로 보인다"고 말했다.
WSJ은 금융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재무부의 결정은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뒷받침해온 몇몇 보험적 정책들을 약화시킴으로서 금융시장 안정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Fed는 지난 3~4월 코로나로 인한 봉쇄로 경제가 흔들리자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 등 긴급대출기구 설립을 줄줄이 발표했다. 이들 기구의 상당수는 재무부의 종잣돈을 담보로 설립됐기 때문에 연장하려면 트럼프 행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공화당은 이들 기구의 종료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회사채 시장이 안정화돼 기업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고, 경제도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기구를 놔두면 시장 자율성만 해친다는 논리다.
또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 등은 그동안 수요자인 기업들로부터 관심을 얻지 못해 총 6000억달러 대출 규모로 설립됐으나 실제 대출 규모는 40억달러에 불과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