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식량 안보가 우선”
중국 국무원은 지난 17일 쌀 밀 옥수수 등 ‘3대 곡물’ 경작지에 대해 나무 심기 등 다른 경제활동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올 9월엔 논밭을 다른 용도로 쓴 사람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경작지 비농업화 행위 제재’ 조치를 내놨다. 당국은 정기적으로 위성 등을 통해 경작지 현황을 감시할 방침이다.이는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홍수·가뭄 등을 거치는 와중에 자국 식량 자급률을 높이려는 조치다. 14억 인구 대국인 중국 정부는 정치적 불안을 예방하기 위해 식량 안보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8월엔 시진핑 국가주석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은 식량 안보에 관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내년 2월부터 밀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밀 공급량이 자국 내 소비량을 충족하고도 남지만, 내년 밀 작황 불확실성이 크다는 소식에 비축량을 늘리기로 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 농업부는 식량 안보를 위해 수출보다 내수를 우선해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식량기업 사들이고 팜테크 대거 투자
중동 주요 산유국은 ‘오일머니’를 식량산업에 쏟아붓고 있다. 식량 관련 기업 지분을 사들이고 팜테크(농업기술) 투자에도 나섰다.식량 소비량의 80%를 수입하는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달 11일 세계 4대 곡물기업 중 하나인 프랑스 루이드레퓌스의 지분 45%를 아부다비 국영기업 ADQ를 통해 인수하고, 같은 날 루이드레퓌스와 농산물 장기 공급 협정을 맺었다. UAE는 9월엔 팜테크기업 네 곳에 총 1억달러(약 1150억원)를 투자했다. 모래땅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하는 관개 시스템이나 인공광선만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월 말 사우디 국부펀드(PIF) 산하기관을 통해 인도 쌀 생산기업인 다왓푸드의 지분 29.91%를 사들였다. PIF는 “쌀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국가 전략에 따라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자국 내 농촌 개발 프로그램에도 32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도시농업, 대체육, 식물성 단백질 생산 등 식품 연구 프로그램에 1억달러 이상을 배정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식품청과 과학기술연구청 등은 이와 별개로 팜테크·식품 분야 스타트업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 싱가포르는 식량 소비량의 90%를 수입한다. 이를 2030년까지 70% 수준으로 내리겠다는 목표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자국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유전자조작(GMO) 밀에 대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승인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수년간 GMO 밀 상용화 승인을 두고 자국 내 농민단체 등과 줄다리기를 벌였다. 그러다 최근 GMO 밀 시장을 선점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 정부가 승인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한결 기자/베이징=강현우 특파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