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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폴레의 '유령 식당' 실험, 외식업계 판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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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명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Chipotle)가 최근 뉴욕에 첫 ‘디지털 온리 레스토랑’을 냈습니다. 주문을 받는 곳도, 음식을 만드는 곳도 없습니다. 오직 픽업과 배달만 가능합니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에서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와는 개념이 다르죠.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소비 전환에 맞춰 외식업계 중 해당 분야 선두주자로 나섰다는 평가입니다.

14일(현지시간) 치폴레는 최초의 디지털 전용 레스토랑을 뉴욕 하이랜드 폴스에 열었습니다. 컨셉은 이렇습니다. 고객들은 자체 앱이나 웹사이트, 혹은 우버이츠 그럽허브 등 배달어플을 통해 음식을 주문합니다. 현장에서 주문할 수는 없습니다. 주문한 음식은 로비에서 수령해가면 됩니다. 로비에는 기존 치폴레 매장의 소리와 냄새가 그대로 나고, 주방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대량 케이터링 주문 전용 창구도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외식업계에서는 온라인주문을 잘 소화하는 ‘보피스(BOPIS·Buy-online-pickup-in-store)’기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치폴레가 디지털에서 활로를 찾은 이유입니다. 커드 가너 치폴레 최고기술경영자(CTO)는 “3분기 온라인을 통한 매출이 작년대비 세 배 증가하는 등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디지털 레스토랑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디지털 레스토랑은 기존 레스토랑들이 비싼 임대료 등을 이유로 진출하지 못했던 지역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치폴레의 디지털화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치폴레는 온라인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유령 주방(고스트 키친)’을 두었습니다. 온라인 주문만을 소화하는 주방인데요. 오프라인 매장의 주문과 겹칠 일이 없으니 더 신선한 음식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고객들의 대기시간은 기존의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매장에서도 이 방식이 적용됩니다.




치폴레는 3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14.1% 증가한 16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동일매장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8.3% 늘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매출은 작년보다 202.5% 증가한 7억 7640만 달러로 분기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습니다. 회사측은 올해 디지털주문이 25억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소고기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고 그럽허브 우버이츠 등 배달업체에 부과하는 수수료 문제도 있어 영업이익은 18.6% 감소한 8024만달러에 그쳤습니다.

디지털 부문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3분기 실적발표일(10월 21일) 대비 주가는 7.76% 떨어졌습니다. 현재 주가는 연초이후 47% 상승한 126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치폴레의 실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유통업 리서치회사 블룸리서치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치폴레의 첫 번째 디지털 매장은 우리가 소매점, 식료품점 및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에서 더 자주 보게 될 트렌드의 훌륭한 예”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소비자가 편리한 제품과 서비스를 찾을수록 상점과 식당은 물류 기능을 제공 할 수밖에 없다”며 “상점은 픽업 및 유통 센터가 되고 레스토랑은 픽업 지점 및 주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는 16일 목표주가를 1514달러에서 1745달러로 높였습니다.

치폴레의 선제적인 움직임 때문에 버거킹, 쉐이크쉑, 스타벅스 등 다른 음식료 체인 기업들의 디지털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입니다. 버거킹과 쉐이크쉑은 드라이브스루 레인을 추가한다고 밝혔고 스타벅스도 내년까지 모바일 주문 픽업 매장을 더 만들 계획입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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