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금융회사들의 중국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금융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향후 5년간의 경제발전 계획으로 내수 중심의 ‘쌍순환’ 전략을 채택한 중국 정부는 해외 자금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AB)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독자 자산운용사 설립 허가를 신청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AB의 운용 자산은 6000억달러(약 660조원)에 이른다.
중국은 8월 외국인이 지분 과반을 보유하는 첫 자산운용사 허가를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이 주도한 합자사에 내줬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중국건설은행이 참여한 회사다. 이어 9월엔 프랑스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가 중국은행(뱅크 오브 차이나)과 합작 설립하는 자산운용사의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와 누버거버만도 신청서를 제출했다.
증감위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증권업 독자 운영 허가를 받았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 외국 금융사는 JP모간을 비롯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이상 미국),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스위스, HSBC, UBS(유럽), 노무라, 다이와(일본), DBS(싱가포르) 등 모두 10곳에 달한다.
보험업에선 독일 알리안츠가 지난해 11월 외국계 보험사 최초로 중국에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사를 세웠다. 프랑스 악사, 미국 시그나, 영국 스탠더드라이프애버딘도 중국 보험시장 진출을 진행 중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비자, 마스터 등 카드사들도 독자 영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에 대한 금융시장 접근 규제를 차례로 풀고 있다. 이달 들어선 기존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와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제도를 일원화하고, 투자 가능 자산도 기존의 상장주식, 채권, 공모펀드에서 비상장주식, 사모펀드, 파생상품 등으로 확대했다. 지난 5월 QFII와 RQFII의 투자 한도를 없앤 데 이은 추가 개방 조치다. 4월엔 외국 금융사의 지분 제한(49%)을 완전히 없앴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규제 완화로 외국 금융사들이 해외 자본을 중국으로 대거 끌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국 금융시장 활성화에 외국 자금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인의 투자 패턴도 주식과 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윈드파이낸셜에 따르면 올해 중국 자본시장에서 공모펀드가 신규 설정 수와 공모 금액에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0월 말까지 1100여 개 공모펀드가 설정됐고 2조5300억위안(약 424조원)이 이들 펀드에 투자됐다. 작년 한 해 동안 1036개, 1조4000억위안이었던 것을 10개월 만에 경신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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