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대선 패배에 불복한 데 이어 현직 대통령이라는 권한으로 인사권을 휘두른 것이다. 경질 배경은 레임덕을 차단하고 향후 행정부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6월 초 인종차별 항의시위 사태 때 군 동원에 반대하는 공개 항명을 하는 등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내며 일찌감치 해임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번 인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 눈엣가시를 제거하는 작업의 신호탄이 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일 보니 글릭 국제개발처(USAID) 부처장을 돌연 해임해 배경을 두고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AP통신은 "패배한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새 대통령 취임식까지 국방장관을 유지해 왔다"며 "대선 패배 직후 충격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에스퍼 장관의 뒤를 이어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경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레이 국장은 대선 기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 비리 의혹에 대한 공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선거 사기가 확실하지 않다고 의회에 증언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스펠 국장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문건의 기밀해제에 반대해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한 당국자들도 경질 대상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 로버트 레드필드 질방통제예방센터(CDC) 국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불복 의사를 재차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이 바이든 당선인의 원활한 정권 인수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제대로 활동하며 필요한 지원을 받으려면 연방조달청(GSA)의 바이든 승리 선언이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서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이양 과정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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