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전 중인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줄줄이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기업이 추가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국내 1위 영화관 업체인 CJ CGV는 지난달 30일 8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번 영구채 금리는 연 4.55%로 결정됐으며 CJ CGV가 2022년 10월 30일부터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영구채 금리가 매년 일정 수준 올라가도록 약속돼 있다.
이 회사는 연이은 적자로 나빠진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고금리를 감수하고 영구채 발행에 나섰다. CJ CGV는 코로나19 여파로 영화 관객이 급감하면서 올 상반기에만 영업손실 20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652%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1135%로 뛰었다. 지난 7월 유상증자로 2209억원을 조달해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CJ CGV 외에도 여러 기업이 영구채 발행에 뛰어들고 있다. 올 들어 2일까지 국내 일반기업(공기업·금융회사 제외)이 발행한 영구채 규모는 1조2190억원에 달한다. 가장 많은 금액을 조달한 곳은 현대오일뱅크로 세 차례 발행을 통해 4300억원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SK E&S(4000억원) 만도(2000억원) 풀무원(890억원) 등도 영구채로 대규모 자본을 쌓았다. 풀무원은 지난달 말 국내 일반기업 중 최초로 공모로 영구채(500억원)를 발행해 주목받았다.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투자도 받은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영구채 발행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3%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1%) S&P(-0.9%) 무디스(-0.8%) 등 주요 해외 기관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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