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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투표 5300만명…선거 끝나고 열흘 지나도 '승자' 모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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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우편투표를 한 유권자가 29일(현지시간) 5300만 명에 달해 대선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11월 3일 대선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인정하는 경합주가 7개에 달하고 이들 지역에 걸린 대통령 선거인단 수가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20%인 11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합주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면 최장 10일가량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는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미 선거예측 사이트 ‘미국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날 밤 11시 현재 사전투표는 8135만 명에 달했다. 이 중 우편투표가 5297만 명, 조기 현장투표가 2838만 명이었다. 우편투표는 4년 전 대선 때 총투표수(1억3884만 명)의 38%에 달한다.



대부분 주는 3일 투표 종료(주별로 오후 7시~밤 12시) 후 현장투표부터 개표한다. 이 때문에 우편투표가 늘어날수록 개표 결과가 늦어질 확률이 높다. 게다가 투표일인 3일 이전 소인만 찍혀 있으면 3일이 지나 도착한 우편투표도 인정하는 주가 50곳 중 22곳에 달한다. 예컨대 서부 워싱턴주는 23일, 캘리포니아주는 20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를 인정한다.

이런 주들이 확실한 ‘민주당 주’이거나 ‘공화당 주’라면 큰 혼란은 없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경합주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들 22개 주 가운데 정치 전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경합주로 분류한 곳은 텍사스(4일 도착분까지 인정) 펜실베이니아(6일) 아이오와(9일) 미네소타(10일) 네바다(10일) 노스캐롤라이나(12일) 오하이오(13일) 등 7개 주다.

이들 7개 주에 걸린 선거인단은 모두 113명으로 전체 선거인단의 20%에 달한다. 경합주에서 예상대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경우 우편투표 개표 일정을 고려할 때 최장 10일가량 대선 승패를 알지 못하는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우편투표 개표 후 승자가 바뀔 수도 있다.

미 언론에선 ‘레드 미라지(붉은 신기루)’ 현상과 이에 따른 혼란을 우려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개표 초반 현장투표가 집계될 때는 미국 지도가 공화당 상징색인 붉은색으로 물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편투표 개표 후 ‘블루 웨이브(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물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이 우편투표를 더 많이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레드 미라지 현상이 나타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거나 나중에 우편투표 결과가 나왔을 때 우편투표 무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미국 사회 전체가 극심한 혼란과 갈등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선거 당일 승패를 알기 힘든 접전이 펼쳐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 선언 후 우편투표 개표 중단을 요구하면 결국 소송이 벌어져 연방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연방 대법원은 보수 6 대 진보 3의 보수 우위 구도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최근 보수 성향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임명을 강행한 게 대선 관련 소송에서 트럼프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은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때 대법원 결정으로 분루를 삼킨 적이 있다. 당시 보수 성향 대법원이 논란이 됐던 플로리다의 재검표 문제에서 부시 측 손을 들어주면서 부시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했고 그 결과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했다.

민주당은 선거가 임박하자 우편투표 대신 현장투표 독려에 나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우체국조차 이제 우편물을 보내기는 너무 늦었다고 말한다”며 “유권자들이 우편에 의존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도 지난 27일 유권자들에게 우편투표 대신 직접투표를 권유했다. 우편투표가 제때 도착하지 못해 민주당 표가 ‘사표’가 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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