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국정감사가 마무리되자마자 국민을 선과 악으로 편가르기 하는 듯한 거대 여당의 입법행보가 거침없다. 석 달 전 ‘임대차 3법’ 통과 때 선보인 밀어붙이기를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및 노동이사제 도입, 5·18 특별법 등 전방위로 확산시켜 나갈 태세다. “이제 입법의 시간이 왔다”며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반대의견을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문제는 밀어붙이기를 예고한 법안이 대부분 반(反)시장·위헌적 논란에 휘말려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규제 3법’에서 한술 더 떠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지금도 감당하기 힘든 노조의 입김이 극대화해 노사 대립 격화가 불가피하다. 노조 지지로 임명된 노동이사는 ‘회사 이익’보다 ‘노동자 이해관계’에 더 충실할 것이고, 시급한 공기업 개혁도 물 건너가게 된다. 제한적 형태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에선 이미 ‘근로자를 위한 게 아니라 노조 간부들이 자리 나눠먹기 위한 제도’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이 그제 시정연설에서 통과를 압박한 공수처법안도 지금대로라면 한국의 정치사회를 지독한 편가르기로 몰고갈 악법이다. 수장을 청와대가 정하고 수사관이 코드인사로 채워진다면 공수처는 전례없는 정권의 시녀 노릇이 불가피하다. 중립적·독립적인 공수처에 대한 빗발치는 요구를 외면하고 출범 시기만 못박은 행태는 저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여당이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및 역사왜곡 처벌 특별법’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다. 허위사실 유포 시 기존 형법으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는데도 콕 집어 가중처벌하는 것은 역사 해석까지 독점하겠다는 반이성적 태도다. 정치권을 넘어 학계·문화계 사회전반의 극단적인 편가르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편가르기 악법은 경제분야라고 예외가 아니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은 대기업을 악으로 규정하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들이밀고 있다. ‘민생 입법’으로 이름 붙인 유통산업발전법, 고용보험법 등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경영자와 근로자의 대립을 조장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여당은 ‘부동산 수요자는 투기꾼’이라는 어이없는 도식이 부른 혼란을 이제라도 돌아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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