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으로 노벨물리학상이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천문학 분야에 돌아갔다. 올해는 우주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존재인 블랙홀을 이론·실험적으로 규명한 학자들이 상을 받았고, 지난해는 ‘빅뱅’ 이후 우주 진화 과정을 연구한 학자들이 수상했다. 우주를 연구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기술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우주 연구와 항상 결부되는데, 이 이론은 핵미사일·원자력발전·핵융합발전 등을 가능케 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고등과학원,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우주 진화 과정과 은하 생성 개수를 밝히는 대규모 수치모의실험 ‘호라이즌 런5’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5.7페타플롭스(PF·1초당 1000조 번) 연산 성능을 갖춘 슈퍼컴퓨터 ‘누리온’을 사용해서다. 25.7PF는 1초에 2경5700조 번 연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KISTI는 프랑스에서 개발된 유체역학 수치모의실험 코드 ‘람세스’를 들여와 누리온에 적용했다. 람세스는 초신성,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물리적 진화 과정을 계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큰 별들은 늙어 최후를 맞을 때 한 은하계 전체보다 강렬하게 빛을 내며 폭발한 뒤 잔해를 남기고 사라지는데, 이를 초신성이라고 한다.
기존에 우주를 연구하는 유체역학 수치모의실험에선 가상적으로 만든 우주공간의 크기가 제한돼 있어 우주의 진화와 은하 생성 간 상관관계를 제대로 규명할 수 없었다. KISTI 관계자는 “호라이즌 런5 프로젝트는 우주공간의 크기를 대규모로 확장해 표준 우주모형에 입각한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존 수치실험에선 한 번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10개 내외의 은하단만 찾을 수 있었지만, 호라이즌 런5에서는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10배 큰 공간에서 100여 개의 은하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호라이즌 런5는 우주의 팽창 및 우주배경복사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론상으로 도입한 ‘암흑에너지’ 정체 규명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빅뱅 이후 엄청나게 뜨겁던 우주가 계속 팽창하면서 차츰 식었는데, 이 과정에서 전파를 사방으로 균질하게 뿜어내며 암흑에너지를 만들어냈다는 이론이 우주배경복사다.
이정은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와 미국 하와이대·애리조나주립대, 덴마크 코펜하겐대 공동 연구팀은 태양이 자외선을 내뿜는 무거운 별들과 함께 만들어졌다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알려지지 않은 태양의 형제들이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콘드라이트 운석’에 포함된 산소동위원소를 연구했다. 콘드라이트 운석은 용융이나 분화 등으로 모양이 변경되지 않고 최대한 보존된 운석을 말하는데, 형성 과정에서 다양한 원소가 쌀알같이 부착된다. 연구 결과 태양계가 형성되기 시작한 뒤 1만~2만 년 사이에 운석 안에서 산소동위원소 함량 변화가 매우 극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이 발견됐다. 이는 강력한 자외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태양이 만들어지던 당시 주위에 태양과 닮은 이웃 별이 있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성과는 글로벌 학술지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최근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