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22일(06: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결국 무상감자를 추진할 전망이다. 당초 유력했던 차등감자 대신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동일한 비율로 감자를 당하는 균등감자가 채권단 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2일 채권단 및 금융감독 당국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올 연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이 한국거래소의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감자를 먼저 단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작년 말 29.0%였으나 3월말에는 88.6%, 6월말에는 56.3%를 기록했다. 3분기 실적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거래소는 연말 기준으로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을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이후 완전자본잠식이 되거나 2년 이상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을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감자를 하면 주식을 5주를 1주로, 혹은 10주를 1주로 바꾸는 식으로 주식을 병합한다. 해당 주식 수에 해당하는 자본금(액면가*감소한 주식 수)이 따라서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감자 차익(자본잉여금)이 발생하고, 결손을 이 감자 차익으로 메울 수 있다. 감자가 자본잠식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이유다.
문제는 감자의 방식이다. 앞서 채권단은 차등감자 후 유상증자를 유력하게 검토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후보로 있을 때도 막판까지 HDC현산을 잡기 위해 기존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지분율을 확 쪼그라뜨리고 HDC현산이 더 높은 지분율을 취할 수 있는 '그림'을 고민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갑자기 거론되기 시작한 균등감자는 감자 차익을 발생시켜 자본잠식률을 개선하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으나 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는 전혀 바꾸지 않는 방식이다. 예컨대 5대1로 동일하게 감자가 이뤄진다면 금호산업 등 최대주주의 보유 주식수는 5분의 1로 줄겠지만 지분율은 여전히 30.79%로 유지된다.
6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5604억원은 자본금 1조1161억원과 자본잉여금 8859억원(영구채 8000억원)에 대규모 결손금(1조4832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채권단이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 준 영구채 8000억원이 아니었다면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뜻이다.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이 큰 의미 없다고 시장에서 평가하는 이유다.
게다가 정부는 작년과 올해 영구채 외에도 각종 대출과 크레디트라인 등으로 1조원 이상을 이 회사에 지원했다. 2조4000억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해 놓은 만큼 앞으로 더 자금을 받아서 쓸 가능성이 상당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주주의 몫을 온전히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차등감자를 균등감자로 바꾸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컸다는 후문도 나온다. 대주주를 지나치게 배려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고려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일방적으로 무상감자를 감수해야 하는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이나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도 높다.
감자 후 출자전환 여부도 아직 확실치 않다. 채권단의 대규모 출자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이 회사의 주인은 그대로 금호산업으로 유지된다. 내년에 아시아나항공을 다시 매각한다면 올해와 동일하게 주인은 금호산업인데 채권단이 개입하여 새 주인을 찾아주는 모양새가 된다. 새 주인으로서는 협상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올해 HDC현산이 겪었던 어려움이다. 주인이 불분명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게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구조조정실은 "감자에 관하여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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