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예정인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확대를 놓고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세금 부담이 커지는 투자자의 반발은 물론 여당에서도 "확대 계획을 철회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어서다. 기재부는 아직 "계획엔 변동이 없다"고 버티고 있지만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커지면 물러설 가능성도 있다. 부과 대상 확대는 유지하되 특수관계인 규정을 완화하는 '절충'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도세 확대 철회하라" 압박 키우는 여당
지금은 코스피와 코스닥 단일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해야 '세법상 대주주'로 보고 양도차익에 양도세를 낸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3억원 이상으로 낮아진다. 이 기준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지방세 포함 최대 33%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증권시장에선 양도세 확대로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 대규모 주식 매도 사태가 벌어지고, 모처럼 살아나는 주식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당도 공세에 가세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요건 확대 정책 시행 유예를 기재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불가' 입장을 지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대주주 요건 확대는 수년전부터 예고된 사안인데 이제 와서 바꾸면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주주 요건 확대는 2017년 세법 개정으로 확정됐다.
주가 하락 공포도 과장됐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조금 하락하긴 했지만 이는 대주주 요건 확대 때문이라 보기 어렵다"며 "미국 주식시장 불안과 그간 주가가 많이 오른 데 따른 조정 분위기 형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증권시장 전문가들도 제도 변화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수관계인 규정 완화 등 절충 이뤄질수도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시장을 계속 주시하며 대주주 요건 확대 여부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제도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도 주식 투자를 크게 늘린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정부가 꺾으면 안 된다는 여론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러선 선례도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2023년부터 주식 양도세를 모든 투자자로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때도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제도 개선을 하되 주식시장을 위축시키면 안된다"고 주문했다. 기재부는 결국 주식 양도세를 낼 때 적용하는 기본공제액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절충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시장에선 "대주주 요건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특수관계인 규정'이라도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수관계인 규정은 양도세 과세 대상을 정할 때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부모, 자녀, 조부모, 손자·손녀 등)이 갖고 있는 주식까지 합산하는 제도다. 가령 삼성전자 주식을 2억원어치 보유한 투자자도 부모가 이 주식 1억원어치 이상을 갖고 있다면 내년부터 과세 대상이 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특수관계인 규정은 부모와 자식, 조부모 등이 생계를 함께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라며 “같이 살지도 않는 부모와 자식이 어떤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투자자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물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수관계인 규정이 불합리한 측면이 있는 건 맞다"고 했다. 대주주 요건 확대는 그대로 가되 특수관계인 규정은 완화하는 식의 제도 변화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