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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동학개미' 싹 잘리면 집값 다시 불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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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 ‘6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각 분야에서 ‘깊고 큰 변화(deep & big change)’가 일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세계화’보다 ‘자급자족’, ‘수출’보다 ‘내수’, ‘오프쇼어링’보다 ‘리쇼어링’, ‘아웃소싱’보다 ‘인소싱’으로 변했거나 중시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커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한국의 동학개미를 비롯해 로빈후드(미국), 닌자개미(일본), 청양부추(중국) 등의 독특한 별칭이 붙을 만큼 범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달 들어서는 증시의 사각지대로 취급받았던 중동, 중남미 지역까지 개인투자자 비중이 늘고 있다.

특히 동학개미의 활약이 눈부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주가 상승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이 말해준다. 동학개미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대외의존적인 한국 경제 특성상 더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국민이 받은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적으로는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부터 동학개미의 힘이 부쩍 약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이후 세계 경기와 기업실적이 예상보다 좋아지고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투자 여건인 점을 감안하면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 등과 같은 우리 정부의 정책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 대주주 과세 요건이 3억원으로 강화된 탓에 여기에 걸리는 개미들이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 같아 더 안타깝다.

동학개미가 힘을 더 잃어 증시마저 침체되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총체적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집권 초기 주력했던 소득주도성장이 유야무야되고, 남북한 관계마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3년 반 동안 최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해왔던 부동산시장 안정화까지 완전히 물 건너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이 실물경제에 비해 월등히 많아진 여건에서는 돈의 흐름을 잘 조절하는 것이 생명이다. 부동산정책과 같은 대책성 경제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특히 그렇다. 증시 침체 국면을 가정해 시중 자금의 향방을 예상해 보면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제로(경우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여건에서는 예금으로 들어가기가 힘들다. 최근처럼 금융과의 연계성이 떨어진 이분법 경제에서는 실물경제로 들어가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증시 침체로 이탈된 자금이 들어갈 곳은 유일하게 부동산 시장이다. 결국 동학개미가 힘을 잃고 증시가 침체되면 부동산 시장만 다시 활황세를 띨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집권 후반기 주력 과제인 뉴딜정책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딜정책의 기본 토대인 ‘혁신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모험성이 짙은 자금이 잘 흐르도록 해야 한다. 담보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은행보다 증시가 활성화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원조달 차선책인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은 부작용이 더 우려된다. 적자 국채 발행으로 공공지출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소화 과정에서 금리가 올라 민간 수요가 줄어드는 구축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재정지출의 승수효과는 대공황 당시 3.6배에서 최근에는 1.5배 내외로 크게 떨어졌다.

최후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증세는 오히려 한국판 뉴딜정책을 망칠 수 있다. 현 정부는 집권 이후 증세로 일관해 기업과 국민은 이미 세 부담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 더 이상의 증세는 기업과 국민의 경제 의욕을 꺾어 경기침체와 재정수입 감소를 초래할(래퍼곡선상 세율과 세수 간 역비례 관계) 가능성이 높다.

증시가 활성화돼야 미시적 측면에서 기업은 자기 구미에 맞는 자금을 조달하고, 국민은 건전한 재산 증식을 할 수 있게 된다. 거시적 측면에서는 ‘국민소득 3면 등가 법칙’상 생산과 지출, 그리고 분배 간 선순환 관계가 잘 작동한다. 정치적으로도 주식 대중주의가 실현돼야 민주주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처럼 어렵게 돋아난 동학개미의 싹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엄동설한을 딛고 나온 ‘새싹(green shoot)’이 ‘풍성한 과일(golden goal)’을 맺기 전에 과수원 주인이 전지 작업을 잘못해 ‘시든 잡초(yellow weeds)’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를 비롯한 증시정책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 유연하게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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