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신한불법공매도’가 갑자기 검색어 순위 10위권에 올라왔다. 코스닥시장 바이오 기업 에이치엘비 주주들의 ‘단체행동’이었다. 주주들은 이날 나온 호재성 재료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투자 창구에서 쏟아져나온 순매도 물량 때문에 주가 상승폭이 3.62%로 제한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신한금투가 법인 차원에서 불법 공매도를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의 ‘기관 음모론’에 증권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주가 하락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기본이 됐다. 주주들이 모여 신문에 ‘불법 공매도 제보자에게 1억원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는 등 단체 행동도 진화하고 있다. 기관투자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주식 방송 유튜버들은 이런 개인투자자들의 의심을 부추긴다. 구독자 2만 명의 유튜버 A씨는 21일 방송에서 “이제 우리도 신사답게 행동하지 않겠다. 신한금투가 에이치엘비에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댓글로 과감하게 남겨달라”고 했다. 그는 신한금투 순매도 물량이 다른 회사에 비해 압도적인 데다 다음날 조회하면 순매도 수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신한금투가 주식을 먼저 매도한 뒤 되사서 채워놓는 ‘불법 공매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신한금투는 23일 이례적으로 반박 자료를 내고 향후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투자자가 짜 맞추기 식으로 불법 공매도 의혹을 제기하면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지난 3월부터 일시적으로 금지돼 있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개인들의 의심은 LG화학 물적분할 발표 때도 나타났다. 17일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 물적 분할 공시 이후 대부분 증권사는 보고서를 통해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증권사 운용사 등의 고유재산 운용계좌인 금융투자가 LG화학 주식을 순매도하면서다. 인터넷에는 “거짓 정보를 흘리는 증권사들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댓글까지 달렸다.
증권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의 거래내역을 보고 이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의도가 들어가 있지 않은’ 거래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상장지수증권(ETN) 운용을 맡고 있다. 투자자들이 장내에서 ETN을 매도하면 ETN의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는 증권사가 이에 대응해 LG화학 현물주식을 팔아야 한다. LG화학 주가 흐름이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해 의도적으로 매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7일부터 24일까지 금융투자는 오히려 LG화학 주식 15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설사 증권사에서 LG화학을 매도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헤지 거래 등이 포함됐을 수 있어 어떤 의도를 갖고 투자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리서치센터와 고유자산 운용 데스크 사이에는 장벽이 있기 때문에 리서치센터 의견을 무조건 따라 거래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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