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배터리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춘 미래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테슬라가 100% 니켈 양극재를 쓴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한국 배터리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다.
당초 업계에선 테슬라가 중국 CATL이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LFP(인산철) 배터리와 관련한 혁신 기술을 발표할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이런 발표는 없었다. 머스크 CEO는 오히려 배터리 원료 혁신 방안으로 니켈 비중을 더 높이겠다고 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강점을 가진 니켈 계열 배터리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업체들에 유리한 판도가 형성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준에서 머스크 CEO가 원하는 사양을 맞출 수 있는 업체는 한국의 LG화학, 삼성SDI, 일본 파나소닉 정도”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도 이날 “LG화학, 파나소닉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낙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은 장기적으로 위협 요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고 기술 개발을 주도함으로써 기존 업체들은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보다 앞선 기술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얘기다.
한숨 돌린 배터리업계와 달리 자동차 업체들은 긴장감이 커졌다. 머스크 CEO가 “한 달 이내에 완전자율주행 옵션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셀을 자동차 섀시(차체)와 통합하는 기술도 제시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이 배터리 일체형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과 비슷한 전략”이라며 “폭스바겐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전기차 전용 프레임을 만들어 쫓아오자 한발 더 나아가 배터리 결합형 차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결합형 차체를 쓰면 실내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고,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를 향상시킬 수도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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