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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때이른 항공업 승자독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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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9월16일(15:0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악의 영업환경에서 버티고 있는 항공산업이 ‘승자독식’ 체제로 재편 철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풍파에 맞서 살아남은 소수 항공사의 경우 기업가치가 크게 오르는 시점을 맞이할 것이란 기대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을 그 가능성을 지닌 기업으로 꼽았는데요. 유상증자 등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와 화물업황 호조 덕에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보고서 제목인 ‘The winner takes it all’ 잠재력을 반영해 목표주가도 기존 2만10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려잡았습니다.

아마도 많은 대한항공 주식 투자자들이 현재 이 같은 기대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덕분에 대한항공은 지난 7월 유상증자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1조127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주가도 15일 기준 1만8650원으로 이달 들어 5% 넘게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채권 투자자들의 관점은 여전히 회의적어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한공 신용등급을 ‘BBB+’(부정적검토)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등급에 붙은 ‘부정적 검토’란 수개월 안에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한국기업평가는 대규모 유상증자 성공 이후에도 이 꼬리표를 떼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주식 투자자에게도 적지 않은 위험 부담을 요구합니다. 신용등급이 추가로 떨어지면 단순히 이자비용만 오르는 게 아니라, 차입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국내 회사채시장에서 ‘BBB’ 신용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대한항공의 회사채(보증사채 포함) 발행 총액은 지난 6월 말 현재 1조6776억원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은 만기도래 차입금을 갚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표적인 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입니다. 모두 주식가치의 희석을 가져올 수 있는 증권인 만큼 주식 투자자에겐 악재죠.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올리는 일인데요. 그 때까진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대한항공의 잠재력을 높게 본 한화투자증권도 여객수요가 과거 추세를 회복하려면 4~5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을 정도니까요.

수년 뒤 시장 지배력 강화를 바탕으로 기업가치가 오르더라도 주식 수가 크게 불어난다면 수익은 기대에 못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승자독식의 시점을 맞기 전까지 기존 차입금의 만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잘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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