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채권단이 요구한 ‘3조원 자구안’을 이행한 뒤 신재생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두산그룹이 4일 내놓은 자금 마련 및 사업재편 계획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박정원 두산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무상으로 내놓은 두산퓨얼셀이다. 박 회장 등은 자신들이 보유한 두산퓨얼셀 지분 23%, 시가로 약 5740억원어치를 두산중공업에 넘겼다. 대주주가 책임 지고 회사를 살려 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두산퓨얼셀은 두산그룹 내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주된 사업은 수소연료전지 제조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약 80%에 이른다. 작년 매출이 2000억원대에 불과했는데, 시가총액은 그 10배가 넘는 2조5333억원(4일 종가 기준)에 이른다. 그만큼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밑으로 성장성이 큰 두산퓨얼셀을 둬 양사 간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두산중공업이 최근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 생산과 가스 터빈을 원천 기술로 한 수소터빈 사업에서 두산퓨얼셀과 함께 사업할 여지가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연료전지부터 풍력, 중소형 원자로, 가스터빈 등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발전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두산퓨얼셀은 두산중공업의 글로벌 고객사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진출을 꾀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자금난 속에서도 두산퓨얼셀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다. 라인 증설을 위해 342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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