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란 당명이 6개월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통합당은 2일 당명 개정의 마지막 절차인 전국위원회를 열고 ‘국민의힘’ 당명 개정안을 578명의 전국위원 ARS 투표를 통해 의결했다. 이에 따라 4·15 총선 직전인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통합당은 ‘국민의힘’으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됐다. 이날 전국위에선 한국형 기본소득, 사회양극화 해소, 경제민주화 등의 내용을 담은 새 정강정책도 함께 의결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전국위 의결 직후 “국민의힘은 기본소득과 교육평등을 통한 양극화 해소를 가장 앞선 과제로 채택했다”며 “국민의 통합과 화해를 위한 노력에도 진심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당명, 새 정강정책은 그동안 이어졌던 ‘김종인표’ 혁신의 단면이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3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난 100일간 탈(脫)보수 선언, 친(親)호남 행보, 중도 아젠다 제시 등 당을 중도화하는 방향의 당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강경 장외투쟁 방식을 버리고 장내 정책 투쟁을 선택했다. 동시에 장외 집회를 주도한 극우 세력과 거리를 두면서 중도정당을 표방했다. 광주를 찾아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등 친호남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당의 이념 방향도 재설정했다. 경제민주화, 사회양극화 해소, 친노동 정당, 양성평등, 환경보호 등 상대적으로 진보 진영의 것이라 여겨졌던 아젠다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았고 이를 새 정강정책에 적극 반영했다. 기본소득 등 정책 이슈를 선점하며 야당의 정책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당무감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달 시행할 당무감사를 통해 당 쇄신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는 지역 당협위원장을 대거 교체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민경욱 전 의원, 김진태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 등 당내에서조차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사가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 모두 지난 8·15 광화문집회에 참석했다. 서울 종로에서 다시 기반을 다지고 있는 황교안 전 대표에 대한 당무감사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총선에서 발목을 잡은 고질적인 인물난은 당 지도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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