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무단주차를 일삼는 팰리세이드 차량 운전자와 펼친 한판 대결(?)이 화제가 되고 있다.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 아파트에는 이상한 팰리세이드가 산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동네 주민들이 유치원 차량 승하차 장소에 무단 주차를 하는 것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어쩐 일인지 개선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급기야 한 입주민이 단체 대화방에 "주차금지 팻말로 막아뒀다"며 공유했다. 이를 시작으로 다른 입주민 두 명이 의기투합에 나서 해당 차량을 둘러싸고 주차를 했다.
다음날 아침 자신의 차량이 다른 차들에 의해 포위된 걸 본 차주는 관리사무소 측에 이를 항의했고. 경비원은 막아둔 차주들에게 문자를 보내 "차를 빨리 이동시켜달라"고 권유했다.
입주민들은 "팰리세이드 차주가 사과하고 다시는 이곳에 주차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바로 차량을 이동시키겠다"고 했지만 팰리세이드 차주는 사과할 뜻이 없었다.
입주민들이 강경하게 나오자 팰리세이드 차주는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현행법상 아파트 단지 내 공간은 도로교통법 적용되는 곳이 아니라 경찰이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다. 외부차량을 통제하는 아파트 단지 내라 교통방해죄에도 해당이 되지 않았다.
이에 팰리세이드 차주는 "재물손괴죄로 고소하겠다", "피해 금액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과하고 좋게 끝내라고 권했지만 팰리세이드 차주는 "여러 사람이 몰려와 비난해서 감정이 상했다"며 법적 대응을 강조했다.
관리사무소 측도 사태가 커졌으니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하고 끝내자는 입장이었지만 팰리세이드 차주도 강경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런 대치가 몇 시간 동안 계속됐다. 입주민들이 무단 주차 재발방지를 약속하기 전까지는 차를 빼지 않겠다는 뜻을 유지하자 팰리세이드 차주는 마침내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선량한 입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이번 사태가 알려지며 아파트 단지 내 무개념 주차에 대한 시민들의 집단행동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차량의 이동을 막거나 포스트잇을 붙이는 등의 행위에 대해 팰리세이드 차주 주장처럼 재물손괴죄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김가헌 변호사는 "일단 자동차의 효용성을 해친 것은 아니므로 재물손괴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다만, 상당 기간 동안 운전을 할 수 없게 계속 방해했다면, 차량 소유자가 차를 사용하지 못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2018년에는 국민들을 공분케 한 '송도캠리 사건'이 있었다. 그해 8월 인천 연수구의 50대 여성이 아파트 주차장 진입로를 자신의 캠리 승용차로 7시간 동안 막은 사건이다.
당시 이 여성은 관리사무소 직원이 자신의 차량에 주차 위반 경고장을 붙인 것에 불만을 품고 고의로 주차장을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후 일반교통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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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