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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76% "집값 과열, 부동산 정책 실패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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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학자 대다수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집값 과열의 원인으로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시행하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세입자 피해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부동산 규제를 쏟아낸 것은 시장에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제학회는 31일 이 같은 내용의 경제토론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18~24일 학회의 경제토론 패널에 속한 경제학자 3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들은 "수도권 주택가격의 폭등이 재건축 억제로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매물이 감소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0%가 '강하게 동의한다', 46%는 '어느정도 동의한다'고 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16%, '입장 없다'는 8%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도권 선호지역에 주택 추가공급을 사실상 막는 정책으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며 "수요·공급의 경제원칙을 반영하지 않고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을 수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꼬집었다.

김준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특정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삼거나 토지거래허가제 등을 시행하면서 국민들에게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줬다"며 "정보가 많은 정부가 펼쳐서는 안되는 정책이었고 주택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택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경제학자 78%가 '공급대책'을 꼽았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대책'은 11%에 불과했고 '대출규제'를 꼽은 경제학자는 한명도 없었다. 기타는 8%, 의견없다는 3%로 나타났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기준금리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법안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57%는 '보유세는 강화하되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정책에 동의한다'는 답은 3%에 불과했다. 기타 응답이 29%, 입장이 없다는 11%로 집계됐다.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임대차 3법 추진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임대차 3법이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임대 부담만 키울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임차인 부담을 높일 것'이라는 답이 전체의 70%에 달했다. '임차인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는 답은 15%였다. '입장이 없다'는 답은 15%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목표로 가장 적절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53%가 '서민과 청년층 주거안정'을 선택했다. '주택가격 안정'이 24%, '무주택자 내집마련'이 9%, 기타가 14%로 나타났다.

경제학회의 경제토론은 경제 현안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온라인 토론장으로 지난 4월 26일 학회 홈페이지에 개설했다. 이인호 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 등과 합심해 개설한 것으로 미국 시장 경제학의 본산인 시카고 대학의 IGM 포럼을 모델로 삼았다. 최근까지 긴급재난지원금, 고용보험, 기본소득 도입 등을 주제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경제토론 패널(참석자)은 한국경제학술상 및 청람상(연구 성과가 뛰어난 만 45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주는 상) 수상자와 학회 학술지 편집위원, 학회 명예회장을 비롯한 74명으로 구성됐다.

경제학회가 경제토론을 개설한 것은 "경제학계에 논쟁이 사라졌다"는 자성에서 비롯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이론적 토대가 허약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반영됐다. 이인호 회장은 "경제학자들이 현실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정부 정책과 사회 문제에 대한 경제학계의 여러 의견을 담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든 만큼 논쟁다운 논쟁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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