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2.89% 올리면서 기업과 가계가 과도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해 예고했던 2019~2022년 건보료율 연 3.49% 인상이란 목표치에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했다지만, 지난해 3.49%, 올해 3.2% 오른 점을 감안하면 체감 부담률은 훨씬 높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경기침체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직장가입자의 본인 부담과 지역가입자의 가구당 보험료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밖에 없다. 직장가입자 보험료를 절반 부담해야하는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겨우 버티는 중소기업들은 건보료 인상의 직격탄을 우려하고 있다.
‘건보료 폭탄이 세금보다 무섭다’는 얘기가 기업과 가계에서 터져나오지만, 보험료율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가입자 대표가 소수에 불과해 이런 절박한 사정을 제대로 대변할 수 없는 구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정부가 보험료율을 손대기 쉽다는 이유로 계속 인상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당연하다. 최근 2년간 정부의 건보료 인상 결정만 해도 기업들은 ‘동의한 적 없다’며 반발해왔다.
기업과 가계가 건보료 부담 능력이 한계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하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불안한 건보재정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건보재정은 2018년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되면서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작년에는 적자폭이 2조8243억원으로 치솟았다. 올해도, 내년에도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는 척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에 대한 건보 적용을 미룬다고 하지만, 그런 땜질식 처방으로는 재정 악화를 막기 어렵다. 2019~2023년 5년 동안 41조5842억원이 든다는 문재인 케어를 그대로 두면 건보재정 적자가 심화돼 적립금 고갈 시기도 그만큼 앞당겨질 게 뻔하다.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보를 적용한다는 계획 자체가 무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속가능한 건보재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건보료 인상 일변도 정책을 합리적인 지출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려면 보장성 강화에 치중한 문재인 케어부터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아울러 기계적인 건보료율 인상 유혹을 막으려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가입자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대폭 개편해야 할 것이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