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중국과 추진 중이던 100억달러(약 12조원) 규모 사업 계약을 전면 중단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아람코가 중국과의 협의 끝에 중국 현지 기업들과 함께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에 100억달러 규모 정유·석유화학 단지를 건설하는 사업 계약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아람코는 당초 중국 국영 방산업체인 노린코(중국병기공업그룹)와 손잡고 랴오닝성 판진시 일대에 대규모 정유·석화단지를 조성하려 했다. 이 단지는 일평균 30만배럴을 생산하는 규모로 아람코가 지분 35%, 중국이 65%를 가질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작년 2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체결한 사우디-중국 35개 경제협약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아람코는 노린코를 비롯해 현지 기업인 판진신청 산업그룹이 합작해 '화진아람코석유화학'이라는 회사 설립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저유가세가 지속되면서 아람코가 입장을 확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람코는 사업 중단 이유로 불확실한 시장 전망을 들었다. 앞으로도 한동안 유가가 오르기 어려울 전망이라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람코는 최근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사와의 정유공장 증설 사업 협상에서 발을 뺐다.
국제유가는 올초 대비 배럴당 20달러 가량 떨어졌다. 지난 1월 초 배럴당 66달러 선이었던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44~45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 1월 초 60~61달러에 손바뀜됐으나 최근엔 42~43달러를 횡보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장과 각종 영업장이 문을 닫으면서 원유 수요가 확 꺾였기 때문이다.
아람코는 저유가세에 대응해 지출을 크게 줄일 방침이다. 매출과 순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배당금 지급은 기존 계획대로 하려다보니 추가 투자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어서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러 관계자를 인용해 아람코가 올해 자본지출을 기존 250억~300억달러 규모에서 200억~250억달러로 줄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자본지출 규모인 328억달러에서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람코가 내년 지출계획을 기존의 반토막 수준이나 그 이하까지 내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일단 아람코 없이 랴오닝성 정유·석화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아람코와의 합작회사 설립을 향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