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끼리 10여분 동안 판돈 48만여원짜리 내기성 카드게임을 했다면 도박죄로 처벌받을까. 1심은 형법상 도박죄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2심과 대법원은 ‘일시 오락’에 불과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도박죄로 기소된 A씨 등 4명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 등 4명은 2018년 12월 충북 증평군의 한 화원에 모여 속칭 ‘훌라’라고 부르는 카드 게임을 했다. 이들이 13분간 게임을 하는 동안 판돈 규모는 48만5000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일시 오락’에 불과했다고 항변했으나 1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피고인들이 2018년 2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여러차례 같은 장소에서 도박을 벌인다는 취지로 112 신고가 들어온 것이고, 48만5000원이 작은 규모가 아니다”며 이들에게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을 하게 된 경위, 도박에 건 재물의 액수, 도박의 방법 및 횟수, 도박에 가담한 자들의 친분관계 및 직업과 재력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은 일시오락 정도에 해당해 가벌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학창시절부터 오래 알고 지내던 A씨 등이 커피 내기를 위해 도박을 했고, 확인된 전체 도박 시간이 13분에 불과하고 판돈이 48만5000원 뿐이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피고인들 모두 월소득이 300만원 이상으로 정기적인 소득과 자산을 소유하고 있던 점도 고려했다.
법원은 또 “(이들이 도박을 벌인) 화원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는 112신고가 5회 접수됐고, 피고인들 중 일부가 새벽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장계도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도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해 피고인들이 일시적이 아닌 상습적으로 도박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