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25)가 하루에 홀인원을 두 번이나 할 뻔했다. 샷 이글에 가까운 샷도 뽐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챔피언십(총상금 640만달러) 3라운드에서다.
김시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시지필드 컨트리클럽(파70·7127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1개를 묶어 8언더파 62타를 쳤다. 중간합계 18언더파 192타를 기록한 김시우는 공동 2위인 롭 오펜하임(미국), 독 레드먼(미국)을 2타 차로 따돌리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우승까지는 1개 라운드만 남았다.
정상에 오르게 되면 김시우는 통산 3승을 달성한다. 그는 2016년 윈덤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린 후 2017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순위에서도 현재 121위를 30위로 91계단 끌어올리게 된다. 30명만이 겨루는 플레이오프 3차 대회 투어챔피언십까지 출전할 가능성을 한층 높인 것이다.
한국 선수로 따지면 최경주(50)에 이어 두 번째로 3승 고지 이상을 밟아본 선수가 된다.
"유독 이 코스를 좋아한다.자신이 있다"던 김시우는 말 그대로 코스를 자유자재로 공략했다.
절정에 오른 샷감이 돋보였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85.71%, 그린 적중률이 83.33%에 달했다. 대개 70%대만 돼도 좋다는 말을 듣는 수치들이다. 코스를 정확하게 공략하기 위해 대다수 선수들이 아이언이나 우드 티샷을 하는 홀에서도 김시우는 매번 드라이버를 뽑아들고 티샷을 했다. 그만큼 샷에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3번홀(파3·161야드)에선 예사롭지 않던 샷감이 결국 사고를 쳤다. 8번 아이언으로 친 펀치샷이 홀 뒷부분 20cm에 떨어진 뒤 뒤로 튀더니 홀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김시우는 처음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다 캐디와 코스 관계자들이 "홀인원을 했다"고 알려준 다음에서야 자신이 에이스를 터뜨린 걸 깨달았다. 김시우는 이번을 포함해 지금까지 3번의 홀인원을 했다.
확률적으로 희박한 일이 벌어질 뻔도 했다. 12번홀(파3.196야드)에서 이날 두 번째 홀인원을 터뜨릴 상황까지 간 것이다. 5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홀앞 50cm지점에 떨어진 뒤 홀컵 왼쪽을 핥고 나왔다. 김시우는 아이언을 땅에 내던지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통상 하루에 두 번 홀인원을 할 확률은 1억5900만분의 1 정도라는 게 골프계의 추산이다.
김시우는 이 홀에서도 탭인 버디를 잡은데 이어 17번홀(파4)에서는 샷 이글성 아이언샷을 과시하는 등 하루종일 불붙은 아이언샷을 내세워 버디 사냥을 마무리했다. 7번홀(파3)에서 1m도 안되는 파 퍼트를 당겨치는 바람에 보기를 내준 게 아쉬웠다.
김시우는 "12번홀에서는 (두 번째) 홀인원을 예상했다. 그런데 약간 옆으로 빗나갔다"며 "4년 전 우승할 때처럼 티샷 아이언샷 퍼트감 다 좋다. 대회에 나서기 전부터 자신감이 있었다. 우승 기회가 올 줄은 몰랐는데 기회가 온 만큼 내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임성재(22)도 빼어난 활약을 했다. 버디만 4개를 뽑아내 4타를 줄였고, 중간합계 11언더파 공동 14위. 최종일 톱10 진입을 해볼 만한 위치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