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많다. LG이노텍도 그 중 하나다. 특히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 각종 반도체칩용 패키지 기판사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주력 사업인 카메라모듈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수의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가 LG이노텍의 고객이다. 북미에 있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에서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이 회사는 납품업체 선정 과정이 깐깐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스마트폰은 기존 피처폰을 빠르게 대체했다.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0년 3억 대에서 2017년 15억 대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은 내부 기능부터 디자인까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2017년을 정점으로 스마트폰의 성능 발전은 더 이상 소비자의 직접적인 구매 욕구를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교체 주기도 길어져 스마트폰 출하량은 정체기에 진입했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멀티카메라를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스마트폰 후면에 탑재하는 카메라 수가 1개에서 2개로 늘었다. 최신형 스마트폰은 카메라 탑재량 3~4개까지 빠르게 늘었다. 각각의 카메라들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고화소, 초광각, 망원 등 서로 다른 기능을 지닌 각각의 카메라로 촬영한 뒤 소프트웨어 이미지를 합성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식이다.
이렇게 스마트폰산업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관련 매출도 빠르게 늘었다. 2018년 8.9%에 이어 지난해에도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북미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4.4%, 4.3%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올해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매출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북미 고객사가 새로운 카메라 기능을 스마트폰에 적용할 때마다 주도적으로 기술 개발을 하고 선제적으로 설비를 늘려왔다. 그 결과 해당 고객사가 새로운 기능의 카메라를 스마트폰에 탑재할 때마다 카메라모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접어들면서 각종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탑재되는 카메라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LG이노텍도 또 한 번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초고속, 초저지연이라는 5G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활용처로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이 꼽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이 지난해부터 납품을 시작한 ToF(Time-of-Flight: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광원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 계산) 3D카메라는 AR·VR 기능 구현에 쓰인다.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PC, 나아가선 AR·VR안경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사업부별 체질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사업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하는 식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했다. 지난해 이뤄진 기판소재사업부 효율화 과정이 대표적이다. LG이노텍은 여러 중소 업체의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고, 부가가치가 낮아 적자를 내던 HDI(고밀도회로기판) 사업을 정리했다. 동시에 향후 유망한 분야로 꼽히는 패키지 기판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달 패키지 기판 증설에 1274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빠르게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통신용 반도체기판 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다. LG이노텍 기판 소재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017년 8.2%에서 2019년 14%로 크게 개선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7%대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IT산업은 다른 산업들보다 기술의 변화가 훨씬 빠르다. 벌어들이는 이익에 안주하지 않고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를 진행하며 끊임없이 경쟁력을 키운 덕분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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