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계를 대변하는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6월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사진)를 협회 이사로 선임했다. 1995년생인 최 대표는 만 24세로, 역대 벤처기업협회 이사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교육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이 청년은 어쩌다 3만7000여 개 국내 벤처기업을 대표해 정부에 정책을 제언하는 자리까지 올랐을까.
최근 서울 성수동 테이블매니저 본사에서 만난 최 대표는 “최연소 이사로 선임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발언권이 적었던 창업 초창기의 기업 입장을 제가 잘 대변해줄 것으로 협회가 기대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를 운영하며 마주쳤던 어려움을 바탕으로 성장 단계의 기업 목소리를 충실히 전하겠다”며 “‘성공한 벤처기업의 협회’가 아니라 ‘벤처기업의 성공을 돕는 협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 대표가 처음 창업에 나선 건 한국 나이로 스무 살에 접어든 2014년이었다. 음식점이 예약을 받을 때마다 손님을 일일이 전화로 응대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그는 온라인으로 예약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전화로는 알 수 없는 상습 ‘노쇼’족을 사전에 차단하는 서비스가 소상공인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으면서 테이블매니저를 통한 누적 예약 건수는 올해 360만 건을 돌파했다.
최 대표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이라며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 레스토랑이 예약 관리에 쓰는 시간 대부분을 메뉴 개발 등 보다 ‘본질적인’ 곳에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20세의 나이에 IT 기업을 창업할 수 있었던 건 IT 분야 특성화고를 다니며 관련 기술을 익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2학년이 되기 직전 자퇴했다. 학업 중단 이유 역시 ‘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였다. 그는 “특성화고라도 교육과정이 입시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입시교육이 아닌, 내가 원하는 IT 교육을 받기 위해 자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어디에도 최 대표가 원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는 없었다. 이에 그는 직접 학교를 세웠다. 학부모와 교사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인 학생이 교육과정을 꾸리는 대안학교였다. 학교 부지는 조계사에서 건물을 빌려 마련했다. 2012년 3월 잘못된 교육을 멈춰달라며 교육부 앞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지 70여 일 만이었다. 시간의 비효율을 견디지 못해 대안학교의 학생 겸 대표로 2년 동안 활동하다, 학교를 졸업한 해에 요식업계의 비효율적 시간 활용을 막기 위해 테이블매니저를 설립한 것이다.
최 대표는 “협회 이사로서의 활동 역시 비효율에 맞서는 일이 될 것”이라며 “정책을 새로 만들 자신은 없지만 불필요한 규제를 하나씩 없애는 ‘없애기 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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