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일 국공유지와 시유지 등을 대거 활용해 서울에만 3만3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 있는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 가구)과 용산구 미군 소유 캠프킴 부지(3100가구)는 물론 강남권에서도 4000가구를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과천 등 서울 인근까지 포함하면 총 규모는 3만7000가구에 달한다.
캠프킴 등은 아직 부지 이전이 완료되지 않았고 일부 대상지는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고 나서 실제 공급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설익은 대책을 발표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용산 알짜땅에도 추가 공급
대규모 신규 택지는 비강남권에 주로 몰려 있다. 단일 부지 중 공급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국방부가 소유하고 있는 태릉골프장이다. 개발제한구역인 이 지역의 용도지역을 변경해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초기에 검토한 서초 강남 등지의 다른 그린벨트는 공급 방안에서 제외했다.정부는 태릉골프장 인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광역 교통 대책도 함께 구상하고 있다. 상복~마석 구간 경춘선 열차를 추가로 투입하고 인근 화랑로를 확장하며 용마산로를 지하화하는 등 도로 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태릉골프장 부지와 갈매역, 화랑대역 등 인근 지하철역을 연계한 간선급행버스(BRT)도 새로 만든다.
한강로1가 1의 1 일대 옛 미군기지인 캠프킴에서도 주택 3100가구가 나온다. 용산공원 인근의 ‘알짜 땅’으로 꼽히는 곳이다. 기지 이전은 완료됐지만 아직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와 마포구 등이 소유하고 있는 서부면허시험장(7만2600㎡) 부지에도 3500가구가 들어선다. 지난 5월 공급대책에서 구상을 밝혔던 용산구 철도정비창은 고밀화를 통해 당초 8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초고층 빌딩 개발이 계획됐다가 한 차례 틀어진 마포구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부지에도 2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2200가구 추가
서울 집값 상승의 바로미터인 강남권에는 4000가구가 추가로 들어선다. 용도지역을 바꿔 고밀 개발을 하거나 1000가구 이하 부지를 발굴하는 형태다.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주차장 부지에 22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 2017년 말 800가구 공급이 예정됐던 지역이다. 이번에 용도지역 변경 등을 통해 전체 물량을 3000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인근으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에서도 가깝다.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 부지에는 1000가구가 공급된다. 지하철 고속터미널역과 서래마을이 가깝고 한강공원도 멀지 않은 알짜 입지다. 서초구 서초2동 국립외교원 옆에 있는 유휴부지에는 600가구가, 논현동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도 200가구가 각각 공급된다.
이번 계획엔 포함하지 않았지만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도 잠실 마이스(MICE) 개발과 연계해 용도 전환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전협의 없었다” 반발도
정부의 공급대책 발표에 대해 벌써부터 일부 지자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준강남으로 꼽히는 과천청사 일대를 활용해 4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과천시는 이날 김종천 시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과천시를 정부의 수도권 공급 계획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주변에 대규모 택지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공급이 집중된다는 주장이다. 서울 마포구가 지역구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상암 DMC 일대의 임대 비율이 이미 47%에 이른다”며 “이곳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태릉골프장 부지가 있는 노원구의 오승록 구청장도 “임대주택 비율을 30% 이하로 하고 민간 주도의 저밀도 주거단지로 개발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충분한 사전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의원은 “마포구청장 및 지역구 국회의원과 협의 없이 일방적인 발표가 이뤄졌다”며 “일단 발표하고 따라오라는 방식은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유정/전형진/배정철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