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고소인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이라고 표현하면서 진상규명에도 소극적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고소인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이미 사망했다는 이유로 당 차원 진상 규명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고소인도 '피해 호소인'이라 지칭했다.
앞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지만 피해를 기정사실화하고 박원순 시장이 가해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이라며 "섣부르게 예단할 시점은 아니고 차분히 따져봐야 될 문제 아닌가"라고 발언했다.
이처럼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정작 당 차원의 진상규명은 어렵다는 입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20일 예정된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추가 증인 채택을 거부한 민주당을 비판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박완수 의원 등 통합당 의원들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박원순 시장의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위해 추가증인 채택을 요청했지만, 민주당 측은 이미 경찰청장 청문회 증인·참고인 신청이 이뤄진 만큼 추가 채택이 어렵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면서 "경찰이 관련 규정을 위반해 청와대와 서울시 측에 수사 사실을 알렸는지, 피해자 호소에도 서울시는 왜 쉬쉬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매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원순 시장 의혹 관련 경찰 측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여성청소년과장, 서울시청 파견 정보과 협력관, 서울시측 정무부시장과 여성권익담당관, 인권담당관, 비서실장, 젠더특보 등 11인에 대한 추가증인 채택을 전날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완수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앞서 다른 건으로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경찰 간부 5명을 채택했지만, 박원순 시장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찰 공무원 누구도 증인으로 채택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호소인'이라는 사회방언(sociolect)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저 사람들 사과할 생각 없다. 그냥 이 국면을 교묘히 빠져나갈 생각만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부재로 진상규명이 어렵다? 이걸 지금 말이라고 하고 앉았는지"라며 "그 사과, 다시 하세요. '피해자'는 없고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만 있는데, 왜 사과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피해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규명할 의지도 없다면서, 그 놈의 사과는 대체 뭘 '근거'로 하는 겁니까"라며 "사과를 하려면 사과할 근거부터 마련한 다음에 하라. 사과는 '피해자'에게 하는 것이지, '피해 호소인'에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여권이 고소인을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는 데 대해 고소인 측 김재련 변호사도 "피해 호소인(이란 호칭)은 언어의 퇴행"이라며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일부 박원순 시장 지지자들은 "(2016년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왜 4년이나 참았느냐"라며 "계획된 행동 아니냐" 등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