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반포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12억원 가량이 차익을 보지만, 양도세는 1300만원 가량만 내는 것으로 추산됐다. 청주 아파트를 먼저 처분하고 1주택자 되면서 각종 세제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노 비서실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2채의 아파트 중 청주시 소재 아파트를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고 지난 일요일 매매됐다. 가족의 거주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이달 내에 서울 소재 아파트도 처분키로 했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서울 소재 아파트에는 가족이 실거주하고 있는 점, 청주 소재 아파트는 주중대사,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수년간 비어 있던 점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노 실장은 한달 만에 2주택자에서 무주택자가 될 전망이다. 차익이 거의 없었던 청주 아파트를 먼저 처분하고 1주택자가 된 후, 강남 아파트를 매매하게 되서다. 노 실장은 이 같은 수순으로 주택을 처분하면서 양도세 중과세를 피해가는 기막힌 절세혜택을 보게 됐다.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노 실장은 반포동 한신서래 전용 46㎡(약 20평)를 2006년 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최근 나온 매물의 시세는 15억원 정도다. 보유기간이 14년이 되기 때문에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도 따라 28%(보유기간 14년)가 인정된다. 1주택 상태에서 매도하다보니 중과세가 아닌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1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집을 팔 때 9억원까지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부부공동명의다보니 노 실장 부부의 양도세는 각각 650만원이다. 합하면 1300만원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 실장만 놓고 본다면 차익이 12억원에 달하지만, 세금은 650만원만을 내게 된다. 물론 노 실장이 급매로 15억원 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거나, 아들이 있는 점을 감안해 전세로 끼고 매매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러나 아들을 전세로 놓고 매매를 시도하는 건, 매수자에게 갭(gap)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계약 후 잔금 일정에 맞춰 아들 집도 이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사는 "노 실장이 청주 집을 먼저 팔면서 양도세 중과세율을 최소로 피해가게 됐다"며 "차익이 거의 없는 청주 집을 먼저 판 뒤 차익이 많은 강남 아파트를 비과세와 공제 혜택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 실장의 절세전략을 꼬집었다. 그는 "2주택일때 싼 주택(양도차익이 적은 주택)을 먼저 파는것도 절세전략이다"라며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다 계산도 해보셨고"라고 말했다. 이어 "혹시 집 두채 다 처분하시고 무주택자 자격으로 청약 하시려는건 아니죠. 청약시장이 로또같긴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영민 비서실장은 6·17부동산 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일은 이후 지난 2일 청와대 참모들에게 1주택을 제외하고 처분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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