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회사에 제때 출근하는 직원이 전체 직원의 95%라고 칩시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함께 출근하는 직원은 몇%나 되나요?”
지난달 25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한 기업 교육장.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61·사진)가 100여 명의 기업인 앞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지자 교육장 분위기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한국제조업경쟁력강화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후원한 이날 강연엔 김억조 전 현대자동차 노무총괄담당 부회장 등 전·현직 자동차업계 임직원과 중소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동차업계 경영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위기 극복과 생산성 향상을 주제로 한 김 교수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한국중소기업학회장과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을 지낸 김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몸과 마음이 함께 출근해 있는 ‘몰입(engagement)’ 상태의 직원이 10%포인트만 늘어도 회사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세계 142개국 23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몰입 상태의 직원은 평균적으로 13%”라며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도 낮은 11% 직원만이 몰입 상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계에서 혁신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미국은 몰입 직원 비율이 30%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몰입을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적인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해 직원들이 몰입하고 싶어도 몰입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미국 대기업들이 토요일 밤 12시가 돼도 자유롭게 연구하는 직원으로 꽉 들어차는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 52시간제의 부당함을 언급하면서 그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이 찬란한 과거에 머문 채 미래에 도전하지 않아 망해가고 있는데, 한국도 이런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몰입하는 직원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직원들에게 질문하고, 직원들과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이 경영진과 함께 회사의 미래를 고민할 기회가 많을수록 몰입하는 직원이 많아집니다. 상명하복의 ‘킹덤(왕국)’형 리더십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팬덤’형 리더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적합한 리더십이죠.”
김 교수는 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도전’으로 요약되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지금이야말로 자동차 영업을 위해 비행기를 탈 때”라며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다면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