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와 충남테크노파크(충남TP·원장 이응기)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사업이 유해화학물질 사용 문제를 두고 난관에 부딪혔다. 연구장비가 들어설 곳이 유해화학물질을 다룰 수 없는 산업단지인 데다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민원 발생 우려가 높아서다.
충청남도는 2018년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 R&D 사업인 ‘차세대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지난해부터 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고 6일 밝혔다.
정부의 단일 R&D 사업 중 최대 규모인 5281억원(국비 3770억원, 지방비 549억원, 민간투자 962억원)이 투입된다. 사업 수행 기관인 충남TP는 2025년까지 7년간 혁신공정센터(1651억원) 건립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 R&D(3630억원)를 추진한다. 혁신공정센터는 산업기술지방산업단지로 지정된 충남TP(천안시 직산읍)에 들어선다. 지상 4층 규모(1만2913㎡)로 ‘OLED 증착기’ 등 61종의 장비가 갖춰진다. 이 중에는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시험 장비가 포함돼 있다. 충남TP는 지난달 29일 환경부에 특정 대기오염 물질 및 폐수 배출이 가능하도록 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충청남도가 예비타당성조사 사업 공모 당시 과기정통부에 충남TP 유휴 부지에 센터를 세우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별도의 부지 매입 비용이 들지 않아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입지를 재검토할 경우 공모 당시와 추진 내용이 달라 탈락한 지방자치단체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더라도 주민 반발이 우려된다. 충남TP 주변에는 25개 아파트 단지에 8300여 가구가 들어서 있다. 천안시가 166억원을 들여 조성한 시민생활체육공원과도 맞닿아 있다. 직산읍에 사는 정규학 씨(45)는 “송전탑 설치 문제로 주민 건강권과 재산권 침해가 우려되는데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건물이 들어서는 걸 주민이 수긍하겠냐”며 “전국적으로 산업단지와 연구소에서 유해화학물질 폭발 및 유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일방적인 사업 추진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충남TP는 유해화학물질 종류와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업 선정에만 급급하다 뒤늦게 환경부와 협의하다 보니 센터 건립 착공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학린 단국대 경영대학원 협상학과 교수는 “공모 단계부터 사업 선정을 감안해 환경영향평가를 미리 준비하고 주민을 설득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오영선 충남TP 디스플레이센터장은 “유해화학물질 사용량이 많지 않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며 “환경영향평가에 시간이 걸릴 뿐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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