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불참 선언으로 무산됐다. 노사정 간 극적 타결로 합의문까지 마련했지만,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내부 강경파의 반발에 부딪혀 어제 예정된 서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민노총까지 참여한 노사정이 국난 극복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의 일이어서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불발로 끝났다.
노사정 합의안에는 고용유지를 위한 대책과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한국형 실업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단계적 확대 시행 등 노동계 역점 사안이 다수 포함됐다. 그럼에도 민노총 강경파는 비정규직 등의 해고 금지를 명문화한 조항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강력 반발했다. 사실 경영계도 임금동결과 같은 노동계 양보가 포함되지 않은 노사정 합의안에 불만이 있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협약에 참여한 것이었다. 민노총 지도부가 일부 강경파를 설득하지 못해 결국 협약이 무산되자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이번 노사정 협약 무산을 보면서 민노총이 과연 사회적 대타협을 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여 년간 노사정 타협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도 민노총의 불참과 반대 탓이었다. 이번에 민노총 강경파가 협약에 반대한 진짜 이유가 ‘후속 논의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한다’는 조항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민노총의 출발 자체가 정부에 협조적이었던 한국노총에 반발한 노조단체들의 연대인 만큼 강경 투쟁노선을 포기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게 맞다면 앞으로도 민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대타협은 이뤄지기 힘들다.
정부도 이제 노동단체의 실체를 이해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민노총이 대화와 타협의 상대가 될 수 있는지부터 평가해야 한다. 물론 코로나 사태와 같은 국난극복을 위해선 제1노총으로 떠오른 민노총을 마지막 순간까지 ‘타협의 장(場)’으로 이끌어야 하겠지만 알맹이 없는 형식적 합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정부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중립적 자세로 노사정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강성 노조에 구걸하는 식의 합의는 노조 투쟁파에 힘만 실어줄 뿐이다. 그런 식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노사정 고통분담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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