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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는 예산 심의기관이지 무작정 늘리는 곳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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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원(院)구성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와중에 진행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과정을 보면 또 한번 날림·졸속·부실 심의가 되풀이되는 듯해 걱정이 앞선다. 17개 상임위원회를 독점한 거대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독주가 어디까지 갈지 위태롭기만 한데 제대로 된 견제장치도, 세력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나선 그제 상임위별 추경안 심의에서 35조3000억원이었던 정부 편성안이 3조1031억원 증액돼 38조4000억원으로 커져 버렸다. 하루 만에, 실제로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천문학적인 정부지출안이 상임위 심사라는 가장 기본적인 국회 심의절차를 요식행위로 지나가버린 것이다.

이번 추경은 거의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한 해에 세 번째 편성되는 것인 데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이유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짜이면서 논란을 거듭했다. 되풀이되는 일회성 ‘관제(官製) 일자리’ 예산을 비롯해 11조원 규모의 이른바 ‘경기보강 패키지’ 예산 등 사전 단계부터 실효성·당위성·시급성을 따져봐야 할 항목을 늘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심도 있는 견제와 감시는커녕 3조원 이상 덧보태진 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졸속 심의에다 정부안보다 규모를 확 키워버린 여당의 독단적 심의는 헌법에도 어긋난다. 대한민국 헌법은 예산의 편성권을 정부에 부여하고 있다. 국회에는 심의기능이 권한이면서 책무로 부여돼 있다. 심지어 별도의 독립 조항으로 지출예산의 증액이나 새로운 지출비목(費目)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입법부 독단’을 막자는 취지일 것이다.

마치 정부가 동의만 하면 심의과정에서의 증액은 아무 문제가 없는 듯 증액을 일삼는 국회의 횡포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하물며 지금처럼 여당이 3분 2 의석을 장악하고, 매사 ‘코로나 극복’을 내세우는 판에 정부 어느 부처가 국회의 지출확대 요구에 반기를 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심의를 진행 중이지만 민주당이 처리시한으로 예고한 본회의가 바로 내일(3일)이다. 이렇게 여당 단독으로 추경안을 졸속 처리해선 안 된다. 대치 와중에도 미래통합당이 “11일까지 시한을 주면 예결위 심의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여야 합의처리가 바람직하다. 저성장 불황 속에 덮친 미증유의 ‘코로나 쇼크’가 장기화하는 판이다. 재정을 퍼붓는다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다. 협의와 협치는커녕 힘만 앞세운 여당의 독주로 무슨 성과를 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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