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3월 문을 열기까지 곡절이 참 많았다. 1990년 6월 노태우 정부가 김포공항을 대신할 새 국제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하자 환경운동가들의 반대가 들끓었다. 인천 앞바다에 있는 영종도를 매립해 새 공항을 짓기로 한 게 시빗거리였다. 갯벌 매립에 따른 ‘지반침하론’부터 철새도래지여서 새떼와의 충돌로 인한 항공 참사 위험이 높다는 주장, 공항예정지 갯벌에 많은 중금속이 쌓여 있어 생태계 파괴를 피할 수 없다는 따위의 ‘고발’이 쏟아졌다.
야당이 목소리 높일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우리나라 공항이 동아시아 허브공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데 쓸데없이 큰 규모로 지어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난까지 쏟아냈다. 노태우 정부 뒤를 이은 김영삼 정부는 다른 이유를 들어 인천공항 건설에 제동을 걸었다. 정치자금 조성을 위한 사업이라며 그걸 조사한다는 이유로 1년간 공사를 멈추게 만들었다(김종인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 이런 온갖 장벽에 부딪혀 당초 1997~1998년을 목표로 했던 인천국제공항 개항이 4년 가까이 늦춰졌다.
인천공항의 발목을 잡은 온갖 주장은 다 허구였다. 지난 3월로 개항 19주년을 맞았지만 이렇다 할 환경파괴, 지반침하, 새와의 충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무슨 수로 국제 허브공항이 되겠느냐”던 저주도 이겨냈다. 인천공항을 다녀간 국제여객이 2018년 6768만 명으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파리의 샤를드골공항, 싱가포르의 창이공항보다 앞선 성적표다. 개항하자마자 “일본 간사이공항보다 낫다”는 평판을 받고, 2005년부터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에서 10년 넘게 1위를 질주하며 해외 각지에서 환승 승객이 몰려든 덕분이다.
이런 곳에 질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는 건 당연하다. 정부 등 상주기관과 협력업체를 포함해 4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창출됐다. 공항 운영을 맡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기업 최고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면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요즘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사달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정치 세력에 인천공항은 더할 나위 없는 먹잇감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하자마자 ‘1호 방문사업장’으로 인천공항을 찾고는 대대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대통령이 그 약속을 이행하자 논란이 불붙었다. 본사 정규직이 1400여 명인 회사가 용역회사 직원 1900여 명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키로 한 게 발단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용역직원들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이 ‘손쉬운 편승’ ‘불공정’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대응은 청년들의 좌절을 더 키우고 있다. 대통령 일자리수석부터 여당 대표와 전직 장관에 이르기까지 “공기업 일자리를 더 늘려 나눠 갖자는 게 왜 잘못이냐”는 수준의 발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인천국제공항 이상으로 ‘일자리의 보고(寶庫)’를 일궈낼 기업인들의 사업 기회가 막혀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인데 말이다.
인천공항의 앞길을 막으려 했던 맹목적 이념원리주의가 ‘공정경제’라는 허울을 쓰고 시장의 혁신과 활력에 족쇄를 채운 게 ‘청년 일자리 대란’의 근본 원인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조차 허용된 지 오래인 공유경제 원격의료 등을 틀어막은 정부가 내세우는 ‘혁신성장’ 구호는 공허할 따름이다. 젊은이들에게 ‘갈 만한 곳은 공기업뿐’인 상황을 만든 결과가 ‘인국공 사태’다. 여당 내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아는 사람이 많다. 이원욱 의원이 지적한 대로 “(청년들의 분노는) ‘정부의 노동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 미국 LA타임스가 “한국 젊은이들이 취업난으로 공무원 시험에 몰리면서 합격률이 하버드대 입학시험보다 낮아졌다”며 신기해하고, 전직 주한 일본대사가 공기업 취업에 매달리는 한국 청년들을 소개하면서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야유한 것을 비난만 할 건지, 심각하게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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