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잠잠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이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결정적 순간'에 등장하면서 고조되던 남북 간 갈등도 잠시 가라앉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가 화상회의로 지난 23일 진행됐다"면서 "김 위원장이 회의를 사회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 중앙 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구체적 이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북한 내 주민들의 결속이 어느정도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이 같은 행보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남측의 부정적 여론도 직접 살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출간한 자서전에 미북협상 비화들이 담기면서 국제사회 여론을 살피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볼턴 전 보좌관이 수면 아래에 있던 미북협상 비화를 공개하자 또다시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김 위원장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및 대남 전단 관련으로 악화된 우리 국민들의 반북 정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각종 공세를 통해 북한 내 주민결속도 어느 정도 효과를 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볼턴 전 보좌관의 자서전 공개 이후 여러 가지 미북협상의 이면 사항들이 공개되자 국제적 여론의 추이를 보려 하는 모습도 있다"라면서 "자칫 군사행동 감행 시 자신들에게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김 제1부부장의 입지 강화와 함께 자신의 체제 공고화를 위한 작업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유화 국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양 교수는 "군부의 모든 사항이 승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당 중앙위의 권위 세우고 그동안 뒤로 빠져 있다가 미북 이슈가 부각되니까 자신이 등장한 것"이라며 "군사적 행동이 무력충돌로 이어지면 자신들에게도 이로울 것 없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되고 그러면 자신들도 피곤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양 교수는 북한이 예비회의에서 쓴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아직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북한의 행보는 보류지 완전 백지화가 아니다. 우리도 상황변화에 대한 주시가 계속 필요하다"라면서 "예비회의에서 심의, 연구, 결정 등 세 가지 표현이 나왔는데 이에 대한 유념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또 "예비회의에서 심의, 연구는 다루었다 정도의 일반적 표현이고, 핵심은 보류 결정에 있다"라면서 "화상회의 배경은 심의 결정할 의제가 많지 않고, 1급 경계근무 발동 상황에서 다수의 위원들이 현장에 집중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보류 결정의 후속 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징후파악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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