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0위 목표입니다. 아파트 홍보한다고 생각하세요.”
최근 수도권의 한 아파트단지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지다. 정해진 시간에 특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자신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검색하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순위를 끌어올리면 인기 단지로 노출돼 거래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12일 프롭테크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자 일부 단지들에서 입주민들이 이 같은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정보앱이나 중개앱에 노출되는 검색순위를 조작해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단지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부 부동산정보앱은 단지별 인기 순위를 제공한다. 사용자들의 검색량이 가장 많은 아파트 순위와 함께 실시간으로 해당 단지를 조회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를 보여준다. 낯선 지역에서 거주 목적의 아파트를 미리 탐색하거나 투자 대상 단지를 선별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한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그러나 인기가 많은 단지일수록 거래가 이뤄지는 빈도도 높다 보니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탈도 이어진다. 거래가 늘어나면 매매가격 또한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터넷 카페와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에서 모의하는 방식이다.
수도권 한 아파트단지 주민은 자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저녁 9시에 600명이 한꺼번에 접속해야 순위를 올릴 수 있다”며 “참여자들에겐 커피 쿠폰을 제공하겠다”고 독려했다. 김포의 한 대단지 입주민들은 시세를 경쟁하는 이웃 단지를 들며 “내려간 순위를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머릿수로는 우릴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다른 주민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도 “300명 이상 참여하면 일단 순위권엔 진입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저녁에 드라마를 보기 전이라도 잠깐씩 참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프롭테크업체들은 온라인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이미 파악하고 있다. 검색 순위와 방문자 순위를 실시간으로 서비스하는 호갱노노의 경우 최근 아예 순위 집계 방식을 바꿨다. 사용자가 91만명에 달하다 보니 자칫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는 “최근 비정상적인 접근이 늘고 있어 기술적인 강화 조치를 통해 이를 차단하고 있다”며 “사용자가 직접 접속자를 분석할 수 있는 별도의 페이지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갱노노는 실시간 방문자 분석 페이지에서 자주 찾는 방문자와 신규 관심 방문자를 나눠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자주 찾는 방문자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어뷰징 의심군에 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 30일 방문 트렌드를 통해서도 비정상적 인입이 이뤄졌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부동산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던 인기 단지 순위 서비스를 중단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상시 개편을 통해 순위 서비스의 폐지를 결정했다”며 “부정클릭 방지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에 순위 조작은 불가능했던 상태”라고 설명했다.
순위 조작을 넘어 집값 담합으로 이어진다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국토교통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은 지난 4월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집값 담합을 유도한 아파트 주민들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특정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지 말자며 중개의뢰를 제한하거나 가격을 얼마 이상으로 내놓아야 한다며 최저가 제안 등의 글을 쓴 이들이 적발됐다. 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단지 안에 게시한 주민도 형사입건됐다.
전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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