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 두 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키로 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남북한 사이의 모든 통신 채널을 끊는 초강수를 둔 지 하루 만이다. 접경지역 주민 안전 확보와 남북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의 트집 잡기식 겁박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통일부는 10일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대상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두 단체가 대북 전단 및 페트병 살포 활동을 통해 남북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으며,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함으로써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탈북민 단체를 수사당국에 고발키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는 준비가 되는 대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이들 단체의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따르면 물품의 대북 반출을 위해선 통일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그간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저자세니 고자세니 하는 감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다”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조성하기 위한 전략적 자세가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직접 고발함으로써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 제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가 우리 헌법에서 보장한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이지만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북한이 남측을 ‘적(敵)’으로 규정하고 대남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2020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출입 승인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자 군이 민통선 출입 기준을 강화해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군은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열리는 민간 행사 보고 및 승인 절차를 강화하고 경찰·지방자치단체와도 협력할 전망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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