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나스닥 100 지수가 오전 10시반께 9741.97로 사상 최고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이틀 연속 기록을 갈아치운 겁니다.
하지만 그 수준이 부담스러운지 직후 반락하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주요 지수들도 결국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월가의 모두가 그동안 시장 상승세의 원인으로 미 중앙은행(Fed)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BMO캐피털마켓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Fed의 유동성이 시장의 강력한 반등을 이끌었다고 답했습니다.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월의 사상 최고치에서 약 8% 밑에 머물고 있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1.5% 아래까지 올라왔습니다.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계속 상승해 주요 지수들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월가 관계자는 "지금 같은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큰 폭으로 더 오르기에는 위험 요인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재생산지수(R0·한 환자가 전파하는 환자수)가 지 1.01로 1을 넘었다며 “바이러스는 여전히 느린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바이오담당인 매튜 해리슨 애널리스트는 올해 말 백신이 개발되는 최고의 낙관적 시나리오라도 미국인들이 충분히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양은 내년 중반에나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직도 최소 1년이 필요한 겁니다.
그는 “지금 같은 여름에는 자외선과 열, 습도가 바이러스의 생존에 영향을 미쳐 감염이 억제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겨울이 되어 사람들이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머물 경우 다시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경제가 재가동되고 있지만 지표가 기대만큼 급반등할지도 의문입니다. 이날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그런 현실을 알려줬습니다.
이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24만9000건 줄어든 187만7000건으로 집계되어 감소폭이 예상보다 작았습니다. 특히 주간 계속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64만9000건 증가해 2148만7000건을 기록했습니다. 감소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늘어난 겁니다. 지난주 발표에서는 386만건이 감소해 실업자들이 경제 재개와 함께 직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희망적 분석이 나왔었습니다.
또 뉴욕연방은행이 각종 경제지표를 종합해 발표하는 주간경제지수(WEI)는 지난주 반등세가 꺾였습니다.
정치적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은 격화되고 있고, 시장이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오는 11월 민주당 바람(블루 웨이브)이 불 확률이 올라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떨어졌던 법인세율이 부분적, 혹은 내렸던 만큼 올라갈 것"이라며 내년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11% 낮췄습니다. 법인세 유효세율이 18%에서 26%로 올라가는 경우를 가정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곤혹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사실상 실패한데다, 이번 인종차별 시위대에 대해 군투입 협박 등 초강경 대응을 한 게 화를 불렀습니다. 특히 백악관 앞의 평화로운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교회에 가서 성경을 든 '쇼'는 공화당 지지자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듯 합니다.
이날 공화당의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게 힘겹다"고 말했습니다. 어제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전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가 "트럼프는 미국인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심지어 그런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애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성명까지 냈습니다. 얼마 전까지 트럼프의 비서실장이던 존 캘리도 매티스 전 장관의 지원에 나섰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지난 2일 성명에서 “구조적 인종주의를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상처받고 슬픔에 잠긴 많은 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것을 침묵시키려 하는 이는 미국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조사에게 바이든 후보에게 뒤진지는 한참 됐습니다. 이번 주에는 프레딕트잇(Predict it) 등 각종 도박사이트에서도 승리확률이 10%포인트 가량 뒤처지기 시작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의 재선 확률이 낮아지면서 점점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만이라도 지키는 걸 베스트 시나리오로 삼는 월가 금융사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화당이 상원이라도 다수당을 유지하면 법인세 감세 등이 쉽게 되돌려지지 않을 것이란 희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을 주식과 국채 60대 40으로 배분하는 일반적인 연금 펀드는 3일자로 올들어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이론적으로)했습니다. 만약 향후 시장을 조심스럽게 본다면 일부 주식을 매도해 '프라핏 테이킹'(Profit taking)을 할 수 있는 구간에 들어간 겁니다.
그렇다고 뉴욕 증시가 쉽게 하락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씨티그룹의 프라이빗뱅크 부문은 이날 발표한 '미드이어 아웃룩'(Mid-year Outlook)에서 “ 많은 투자자들이 과도한 현금더미 위에 앉아서 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3월 상승을 예상하지 못했다가 너무 빠른 반등에 결국 주식을 사지 못한 투자자가 많다는 겁니다.
실제 항공주 등을 매도한 워런 버핏이나 S&P 500지수 2800대에서 큰 폭의 조정을 예상했던 스탠리 드러큰밀러, 데이비드 테퍼, 제프리 건들락 등 수많은 전설적 투자자들이 허공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뉴욕 금융시장에는 7조달러대 유동성이 머물고 있습니다. 머니마켓펀드에 5조달러,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2조달러, 기업들이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으로 확보해둔 1조달러 등입니다.
조정이 온다면 이 자금들은 시장을 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큰 폭의 조정이 오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는 증시의 격언도 있지요.
CNBC의 주식 평론가인 마이크 산톨리는 이날 "향후 증시가 당분간 옆으로 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2018년 하반기를 기억하십니까?
제롬 파월 의장의 금리 상승 예고로 인해 그해 9월 2930까지 올랐던 S&P 500지수는 12월말 2351까지 폭락했었습니다. 그런 뒤 다음해 1월 파월 의장이 금리 동결로 돌아서자 급반등해서 5월초 다시 2945로 회복됐습니다.
그런 뒤 시장은 여름을 맞았고, 2800~3000의 박스권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3000선을 확실히 뚫고 다시 신기록 행진을 시작한 건 2019년 10월말이었습니다. 약 6개월간 휴식을 취한 셈이었지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