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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그래프로 본 코로나 이후 경제 [노경목의 미래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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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서 만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여러 모로 우수한 사람들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행정고시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이 각종 위기에 대처하고 정책을 만들며 지적능력을 갈고 닦았다.

그들의 능력에 종종 감탄하곤 하는데, 특히 사태를 분석해 명료하게 다듬을 때다. 1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자료에서도 이같은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전염병 전파에 의한 경제 정지라는 전무후무한 사태를 만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엘리트들이 어떻게 경제 상황을 판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13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해당 자료 중 초반 10페이지는 한번 읽어둘만한 가치가 있다. 해당 자료는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들어가면 확인이 가능하다.

자료에는 코로나 이후 경제 상황을 전망하며 6개의 그래프를 소개했다.


우선 'Z곡선'이다. 세로가 GDP, 가로는 시간을 의미한다. 코로나로 크게 충격을 받았던 경제가 빠르게 반등하며 충격에 따른 손실분을 상쇄하는 모습이다. 코로나로 과거에 줄어들었던 만큼의 재화와 서비스 소비가 이후에 이뤄지는 이른바 보복소비(보상소비)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두번째는 'V곡선'이다.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지만 곧 정상적인 성장궤도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가 해결된 뒤에 보복소비와 같은 일종의 경제 붐이 오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는 덜 극적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경제가 회복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이다. '동학 개미운동'을 비롯해 충격이 지속되는 와중에 각종 자산시장에 투자한 이들에게는 여기까지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세번째는 'U곡선'이다. 경제가 정상화되지만 여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의 상용화 속도가 U자냐 V자냐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 자료에서 '나이키 곡선'도 소개했다. V자보다는 느리지만 U자보다는 빠르게 경제가 회복됐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오목해지는 곡선 양쪽의 기울기가 달라 나이키 상표와 닮은 모양이다.


'W곡선'은 코로나의 세계적 유행이 가을이나 겨울에 또다시 한 차례 반복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던 곡선이 정상궤도에 다다르기까지 다시 한번 꺽인 뒤 천천히 회복하는 모양새다. 스페인 독감처럼 대유행이 세 차례에 걸쳐 반복된다면 'W' 뒤에 'V'가 하나 더 붙는 식으로 여러 차례 부침을 겪을 수 있다.


'L곡선'은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코로나로 촉발된 경기 하강이 유럽 주요국가의 재정위기나 금융 시스템의 혼란 등 시스템적인 문제로 이어질 때의 모습이다. 경제가 회복에 실패해 코로나 이전의 성장 궤도로 돌아가지 못하고 질병 유행에 따른 생채기가 경제 전반에 영구적으로 남는 상황이다.

해당 자료에서는 "주요기관들은 2분기를 저점으로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을 예상한다"면서도 실제 회복 양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며 이같은 여섯 개의 그래프를 제시했다. 이후 현재 경제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그래프를 추가했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과 비교한 고용충격을 나타낸 그래프다. 외환위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금융위기보다는 확연히 많은 실업자가 양산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프의 기울기 역시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가파르다. 정부가 금융위기 때 이상의 정책 수단을 가동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내놓은 무역추이 전망도 주목할만하다. 세계 무역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거의 추세로 되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왼쪽의 점선이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추세선을 나타내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파란색의 완전히 다른 추세선을 나타내고 있다. 최소한 무역량에 있어서는 'L곡선'이 현실화된 것이다. 빨간색의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르면 코로나 위기가 다시 한번 새로운 추세선을 나타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 입장에서는 큰 걱정거리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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