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1조2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29일 회의를 열어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두산중공업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두산중공업이 정상기업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1조2000억원 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채권단과 회사에 제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추가 지원이 타당한지 살펴보고 최종 지원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각종 차입금 등을 갚는 목적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1조8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미 자금을 지원받은 만큼 추가 지원도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지원하는 돈은 명예퇴직금 등 구조조정 비용과 2년 반 동안 두산중공업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재무구조 개선계획)과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달 초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두산·채권단 "자산 추가매각"
인프라코어·밥캣 등 매물 거론두산그룹은 전지박·동박 생산업체인 두산솔루스와 (주)두산의 유압기기사업부인 두산모트롤, 두산건설이 보유한 두산타워 건물 등을 매물로 내놓고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다. 채권단은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추가 자구안을 압박하고 있다.
두산그룹과 채권단은 ‘(주)두산의 모든 자산은 잠재적인 매각 대상’이라는 큰 원칙에는 합의했다. 다만 이 원칙이 “모든 자산을 지금 당장 판다”는 뜻은 아니다. 두산의 자금 사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오래갈지, 정부가 에너지 계획을 어떻게 짤지,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양측은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로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 두산퓨얼셀 등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채권단도 해당 자산들을 잠재적 매각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순서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를 가장 먼저, 그다음에 밥캣, 마지막에 두산퓨얼셀을 파는 순서다. 다만 매각 시기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앞서 매각을 시도한 자산이 잘 팔리지 않으면 다음 자산을 판다는 게 두산그룹과 채권단의 구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순서로 간다면 두산퓨얼셀의 경우 실제 시장에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걸림돌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법인(DICC)을 기업공개(IPO)하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을 두고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분 51.05%를 보유한 밥캣은 매물로 나오면 인기가 있겠지만, 두산그룹으로서도 현금창출력이 높은 밥캣을 먼저 파는 것은 부담스러워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두산퓨얼셀은 밥캣보다도 순위가 더 낮다.
시장에 이미 내놓은 매물들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공개 매각을 진행 중인 두산모트롤은 이날 예비입찰을 시작했다. 두산솔루스도 내달 2일 예비입찰을 실시한다. 인수 주체가 결정된 것은 마스턴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두산타워 정도다.
이상은/서민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