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부동산을 두루 담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상장할 계획입니다. 저금리 시대에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활발하게 선보이겠습니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57·사진)는 최근 서울 저동1가 대신증권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해외 부동산을 담은 상장 리츠는 아직 국내에 없다. 오 대표는 “리츠의 해외 투자 대상은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대체투자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최초의 부동산 신탁 자회사인 대신자산신탁을 출범시켰다. 일본 도쿄 등 해외 우량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를 조성해 국내에 공급하기도 했다. 국내외 리츠 상장도 이런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대신증권은 이처럼 대체투자를 적극 추진한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에도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급감했다. 적자로 돌아선 증권사도 적지 않다. 대신증권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471억원이었다. 국내 증권사 중 미래에셋대우증권, 메리츠증권에 이은 3위다. 오 대표는 “그동안 안전자산 위주로 자기자본 투자를 한 데다 부동산 대체투자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선방에는 자회사 대신저축은행과 대신F&I가 올 1분기에 건실한 실적을 올린 것도 한몫했다. 대신저축은행은 확실한 담보를 내세운 기업금융 위주의 영업을 해온 덕에 위험(리스크)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수익성을 제고했다. 대신F&I가 하는 부실채권 사업은 경기가 안 좋을 때 시장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올 1분기에 사업 성과가 좋았다.
오 대표는 “다른 증권사에 비해 리스크 관리를 보수적으로 해온 덕분에 이 같은 성과를 냈다”며 “당분간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가 너무 부동산 투자만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본질이 증권사이기 때문에 리츠 같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공급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금융과 부동산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2000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증시 과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 대표는 “실물 경제에 비해 주가지수가 너무 높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이 조기에 나와 빨리 안정되면 2차 바닥 없이 U자형으로 갈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유례없이 컸던 재정·통화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지 잘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1981년 춘천고와 1988년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대신증권에 공채로 입사했다. 지금껏 이직 없이 줄곧 일했다. 대신증권 리스크관리본부장, 대신저축은행 대표 등을 거친 뒤 지난 3월 대신증권 대표로 정식 선임됐다.
오 대표는 “맹목적인 지시 수행보다는 잘못된 것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는 게 참된 주인 의식”이라며 “이처럼 회사 생활을 한 게 대표까지 승진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양병훈/한경제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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