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 달 반가량 연기됐던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21일 시작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개막한 정책자문 회의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미국의 비난과 압박에 “전염병 퇴치를 위한 국제 협력을 방해하는 행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의 지도적인 역할을 지지하고 국제적으로 방역 협력을 추진해 세계 공공 위생 및 안전을 지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궈웨이민 정협 대변인도 “일부 미국 정치인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왔다며 책임을 전가하는데 그들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이 패권 추구를 위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이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양회 초기부터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시장은 22일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리커창 총리가 내놓을 업무보고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 지도부가 미국을 겨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이 홍콩 내정과 대만 문제에 간섭하는 데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어떻게 정할지도 관심이다. 올해는 시 주석이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 건설’ 달성을 약속한 해다. 이를 위해선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최소 5.6% 증가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올 1분기 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6.8%로 추락하면서 실현하기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합리적인 구간에서 경제 성장을 유지한다”는 식의 목표만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꺼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GDP 대비 2.8%였던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3.5%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2조위안(약 346조원)이 넘는 감세안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는 또 인프라 건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1조위안 규모의 특별 국채와 3조5000억위안에 이르는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도 발행할 예정이다. 첨단기술 주도를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통신망 등에 총 10조위안을 투자하는 계획도 통과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은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는 초강수를 두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22일 전인대에 홍콩의 국가보안법 제정을 위한 결의안이 제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초안은 개막일인 22일 오후 공식 제출되며 이번 회기 중 표결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SCMP는 전했다. 두 달 뒤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입법 절차를 거치면 효력을 갖는다.
올해 양회는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2주 동안 열렸던 예년과 달리 1주일로 단축됐다. 정협은 27일, 전인대는 28일 폐막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