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LG생활건강과 하이트진로. 최근 상승장에서 가장 많이 관심받고 있는 종목들이다. 공통점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높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폭락한 이후 반등기인 4·5월에 연중 최고가(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는 것이다. PER이 높은 기업의 주가 상승률이 두드러지자 ‘고PER 종목’이 새로운 주도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PER 30배 이상 종목 급등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PER이 30배 이상인 종목들은 3월 19일 이후 반등장에서 평균 63.48% 오르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6.49%)의 두 배에 달한다.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헬스케어), 인터넷(네이버, 카카오), 소비(LG생활건강, 하이트진로) 등이 주도 업종이 된 셈이다. 이들 종목은 ‘포스트 코로나’ 관련 업종으로 꼽힌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이익 전망치가 유지되거나 상향 조정됐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홍재근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팀장은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소비 습관이 이전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네이버가 자체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거나 쿠팡이 음악사업에 뛰어드는 등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어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고 했다.
랠리 언제까지?
이 같은 고PER 종목 주도의 증시 랠리가 낯설지는 않다. 2004년 중국 관련주, 2010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2012년 내수주, 2016년 반도체, 2017년 코스닥 바이오의 주가 상승기는 평균 26.2개월 동안 지속됐다. 이에 비해 고PER 종목의 주가 상승 흐름은 이제 막 2개월을 지났을 뿐이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반도체 랠리 때는 관련 종목들이 코스피지수보다 70%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이번 고PER주 랠리에서는 37%포인트 정도밖에 되지 않아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가 지속돼 높은 PER에 대한 투자자의 심리도 달라졌다. 전경대 맥쿼리운용 주식운용본부 상무는 “은행, 자동차, 철강 등 PER이 낮아진 종목들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PER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이익 전망치가 좋은 성장주들이 앞으로 하락장이 와도 주가를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PER보다는 이익 전망에 집중해야
전문가들은 고PER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영업이익 변화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랠리를 보면 주도주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둔화할 때 주가도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김상호 연구원은 “고PER주 중에서도 이익 전망치 변화에 따라 동일 업종에서도 주가 상승률에 차이가 있었다”며 “이익 컨센서스 변화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한 달 전보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16.8% 낮아지며 반등장에서 9.71%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LG생활건강은 영업이익 전망치가 10% 증가하며 같은 기간 29.07% 올랐다. 두 종목 모두 20배가 넘는 PER에 거래되고 있다.
주도 업종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는 필수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 알파운용센터장은 “포스트 코로나 관련 기업들의 가치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 것”이라며 “유망 업종 중에서도 해외 사업을 하거나 증설을 진행하는 등 추가 성장동력이 있는 기업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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