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에 정부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업종별 단체까지 경쟁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나서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의 디지털화 등 세 가지가 핵심 과제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디지털 선도국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문제는 한국판 뉴딜에 대규모 예산이 배정될 것이 예상되자 너 나 할 것 없이 숟가락을 얹으려 든다는 데 있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불분명하고 디지털 경제와 큰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까지 우후죽순 식으로 뉴딜 참여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는 남북철도 사업을 ‘한반도 뉴딜’로,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4개 부처는 친환경·재생에너지 산업을 ‘그린 뉴딜’로 각각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어촌 뉴딜’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는 어민 경영자금 지원, 노후어선 감척 사업을, 대한건설협회는 건설투자를 한국판 뉴딜과 연계할 움직임이다. 이렇게 제시된 뉴딜 요구액만도 4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자 “21대 국회가 열리면 지역 민원이 대거 뉴딜로 포장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판 뉴딜이 ‘눈먼 돈’을 챙길 기회로 악용돼 민원사업 처리 창구가 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선심성 퍼주기’ ‘지역별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받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은 경제 전시(戰時)상황이다. 재정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까지 짜면서 지출을 늘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이 위중하기 때문이다. 올해 찍어야 할 적자 국채만도 70조원을 훌쩍 넘는다. 한 푼도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할 텐데 정부 부처들까지 나서 뉴딜사업 경쟁을 벌여서야 되겠나. 한국판 뉴딜이 중구난방식 ‘예산 따먹기’가 아니라 경제회생의 마중물이 되려면 범정부 차원의 철저한 교통정리와 명확한 기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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