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청년절(5월4일)을 맞아 제작된 한 선전용 영상이 논란이다. '국가 덕분에 중국의 젊은 세대가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의 영상인데,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발단이 된 것은 지난 3일 유튜브와 중국 국영 TV를 통해 공개된
'신세대에게 바치는 강연'(??新一代的演?)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유명 배우인 허빙이 출연해 '요즘 젊은이들은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고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화면에는 스쿠버다이빙과 스카이다이빙, 카약, 레이싱 스포츠, 온라인게임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청년들이 등장한다. 일본,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 있는 중국 청년들도 나온다. 허빙은 "여러분 덕분에 세계인들이 중국을 더욱 좋아하게 됐다"며 청년들을 치켜세운다.
하지만 중국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국 칭다오 지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청신유 씨는 영상에 대해 "아이를 달래기 위해 속임수를 쓰는 어른을 보는 느낌이다"며 "중국의 젊은이들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나왔을 때는 그저 웃음만 나왔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중국에는 아직도 휴대폰도 없고, 인터넷도 못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저런 영상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자유롭게 소비한다고 해서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NYT는 이 영상이 세대 갈등을 키우는 촉매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어 그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폭풍적인 경제 성장을 겪으며 자란 기성 세대(1960~1970년대 출생자)와 달리 청년들은 최악의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에서는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는 미국보다 억만장자가 더 많을 수 있지만 지난해 기준 1인당 실질 가처분 소득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인 4334달러에 불과하다고 NYT는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급격히 강화된 통제 정책도 불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NYT는 "10여년 전만 해도 중국인들은 구글과 위키피디아를 이용할 수 있었고,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도 접속할 수 있었다"며 "(시진핑 집권) 이전에는 미래가 밝아보였다"고 했다. 때문에 요즘 중국 젊은이들이 오히려 기성 세대보다 공산당의 선전에 세뇌돼 있고, 국수주의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 업체 경영자 출신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리우첸 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비판적이지 않아 안타깝다"며 "정부가 젊은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그들을 아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