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이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에 반박했다. 회계 일부 기록이 부정확한 것은 사실이지만 집행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을 연 정의연 관계자들은 "지난 30년간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일구고 쌓아온 세계사적 인권운동을 훼손할 수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도중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는가 하면 일부 기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의연을 이끌다가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미향 전 이사장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복동 장학금, 선정 과정에 문제 없어"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 등으로 조성된 장학금을 이 단체 이사의 자녀가 받았다는 일부 보도에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할머니가 '공부하고 싶었지만 못했다'는 말씀도 하셔서 장례에 사용하고 남은 기금을 11개 시민사회여성단체에 기부했다"며 "(해당 이사는) 단순히 정대협(정의연 전신) 활동만 한 게 아니다. 여성운동에 굉장히 오랜 기간 헌신한 활동가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정의연이 '김복동 장학금'을 학생 25명에게 2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지급했는데, 장학금을 받아 논란이 된 이사는 여성운동을 해온 활동가이기에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회계 투명성 논란에 대해서는 일부 표기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정의연이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명세서를 보면 기부금 개별 지출 항목 수혜 인원으로 '99명', '999명', '9999명'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일각에서는 명세서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숫자가 여전히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 일부 회계 표기 부정확…"영수증 공개는 가혹"
정의연 관계자는 "데이터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 부족한 인력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있어 실무적으로 그렇게 편의적으로 했다"고 해명했다. 회계는 부정확한 부분이 있지만 기부금 집행은 투명했다는 것이 정의연의 주장이다. 정의연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기부수입 총 22억1900여만원 중 41%에 해당하는 9억1100여만원을 피해자 지원사업비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만이 피해자 지원사업은 아니며 건강치료지원, 인권·명예회복 활동 지원, 정기방문, 외출동행, 정서적 안정 지원, 쉼터 운영 등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수증 세부 내용 공개 요구에는 "우리도 인권이 있는 사람들인데 너무 가혹하다"고 반발했다. 다만 "최대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피해자지원사업비로 집행했다는 41% 이외의 기부수입을 어디에 썼는지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이 정의연 출범 전까지 피해자 지원사업을 담당했고, 관련 예산 지출도 정대협에서 이뤄졌으나 최근 공개된 정의연 회계자료에는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정의연은 2018년 7월 정대협과 정의기억재단이 통합되면서 출범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2018년 통합 전까지 피해자 지원 사업 대부분은 정대협이 수행했다. 2018년 정의연의 회계상 피해자 지원사업 비중이 5% 정도인데 정대협 비용은 그 비용의 2배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 지원사업은 특정한 시기에 맞는 의의와 내용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해마다) 비중이 균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 윤 전 이사장 관련 의혹 "모두 사실 아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반박을 이어갔다. 윤 전 이사장은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딸이 학비가 비싼 미국 대학에서 유학 중인 점까지 내세워 그가 정의연 기부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윤 당선인의 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피아노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장학금을 주는 대학을 찾아서 갔다"고 밝혔지만, 이날 "‘남매 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재심에서 일부 무죄를 받은 남편의 형사보상금 등으로 딸의 유학자금을 마련했다"고 당에 소명하며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의연 관계자들은 윤 당선인의 이사장 시절 급여 등과 관련한 질문에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초기에는 교통비를 지급하다가 나중에는 '활동비'라고 부르는 급여가 나갔다"며 "밤낮없이 국내외로 뛰어 (고생을) 돈으로 따질 수 없는데도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주말을 포함해 전국을 다니며 한 수많은 강연에서 받은 금액 전액을 정의연에 기부한 사람"이라고 옹호했다.
정의연이 윤 당선인의 남편이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사에 돈을 주고 광고를 실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홍보비를) 지출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윤 당선인은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한일 양국 간 위안부 관련 합의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외교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미리 듣고도 몰랐던 것처럼 행세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연 관계자는 "외교부가 정대협이나 '나눔의 집'(위안부 할머니 후원 시설)에 정례적으로 와서 인사를 했지만, 구체적으로 (일본과) 고위급 협의에서 어떤 게 있는지 말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일본 정부가 한일 합의에 따라 위로금 명목으로 10억엔(약 110억원)을 출연할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 시점에 대해서도 "언론 보도를 본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이 한일 합의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정치권 공방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외교부 차관을 거쳐 한일 합의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1차장을 맡고 있던 조태용 미래한국당 대변인은 "'윤미향 이사장에게 사전 설명을 했다'라는 외교부의 입장을 분명히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시민당과 시민당의 모(母)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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