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말러(1860~1911) 탄생 160주년인 올해 세계 말러 애호가(말러리안)들이 가장 기대하던 이벤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음악홀 콘세르트헤바우에서 열리는 5월 축제였다. 이 음악홀의 전속단체로 말러와 남다른 인연을 맺어온 로얄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를 비롯해 베를린필하모닉, 빈필하모닉, 뉴욕필하모닉 등 세계적 교향악단들이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키릴 페트렌코, 이반 피셔 등 거장들의 지휘로 이달 8~17일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말러페스티벌’이었다. 이 페스티벌은 관람권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주요 공연이 매진될 만큼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광풍으로 결국 무산됐다.
RCO는 세계 말러리안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같은 기간 온라인으로 말러페스티벌을 연다. 오프라인 축제에는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한 클래식 팬들에게는 ‘전화위복’이라고 할 만큼 프로그램이 알차다.
축제 기간 매일 오후 8시30분(현지시간)에 RCO의 말러 교향곡 연주 실황을 한 편씩 공개한다. 1~9번과 ‘대지의 노래’ 등 10편이다. RCO를 세계 3대 오케스트라 반열에 올려놓은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와 마리스 얀손스를 비롯해 피에르 불레즈, 로린 마젤, 파비오 루이지, 다니엘레 가티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지휘봉을 잡은 공연이다. 공연 영상 공개에 앞서 오후 3시부터 각 공연에 참가했던 RCO 단원들이 나와 그날의 연주곡 소개와 함께 공연에 얽힌 얘기를 풀어놓는다. 데이비드 바젠 로얄콘세르트헤바우 상무는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에서 “RCO는 말러를 중시했던 전통 덕분에 다양한 실황 영상을 갖췄다”며 “클래식 팬들을 위해 RCO의 공연 중 최고만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RCO는 이번 축제를 위해 텅 빈 콘세르트헤바우에서 연주하는 무관중 공연도 준비했다. 오는 13일 오후 7시30분(이하 한국시간)부터 네덜란드 바리톤 토마스 올리에만스가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등 말러의 가곡을 부른다. 15일에도 오후 7시30분부터 현악4중주단 알마콰르텟이 말러 교향곡 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와 ‘피아노 4중주 a단조’를 연주한다. 그루지야 피아니스트 니노 그베타제가 협연한다.
말러의 작품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과 인터뷰 영상 등도 선보인다. 이스라엘 지휘자 라하브 샤니, 미국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 말러의 손녀 마리아나 말러, 미국 소프라노 제시 노먼 등이 출연한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얀손스와 하이팅크 등 RCO를 이끌었던 지휘자들이 모두 출동한다”며 “말러 교향곡에 입문하려는 클래식 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