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7일(05: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옥석(玉石) 가리기'에서 탈락한 LCC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는 수순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 면허를 남발한 국토교통부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24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주요 LCC는 최근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회계법인을 통해 유동성 점검 실사를 시작했다. 부족한 자금의 규모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정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정부는 조만간 주요 항공사 및 LCC에 영구채 발행 지원 및 회사채 보증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한 기간산업 지원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비행기 운항이 기약 없이 중단된 만큼 항공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대한 공감대는 폭넓게 형성돼 있다. 그러나 항공사 모두에게 달라는 대로 자금을 대주기는 곤란하다는게 정부 측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에 이미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는 처지에 있었던 항공사들의 경우 지원을 하기 어렵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LCC 살생부'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작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10개 LCC 중에서 작년 영업이익을 낸 것은 에어서울(37억8500만원) 단 한 곳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영업손실을 냈다. 10개사 모두 당기순손실을 봤다. 손실 규모는 진에어 566억원, 에어부산 729억원, 에어서울 192억원, 제주항공 331억원, 이스타항공 908억원, 티웨이항공 432억원 등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 상황이다. 올해 이들의 손실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국내 주요 LCC 6곳 가운데 진에어는 대한항공 계열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로 각각 본체의 경쟁력 확보 여부에 생사가 달려 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제주항공이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앞서 3000억원 규모 자금지원을 결정하면서 지난 3년간 운항 실적을 제출하도록 했다. 운항 항공기 규모가 작은 에어인천(1대)과 플라이강원(2대), 아직 본격적으로 운항을 시작하지 않은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항공에 대해서는 자금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형 항공사의 계열사가 아닌 주요 LCC는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정도가 있다. 티웨이항공은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200억원 가량으로 상대적으로 재무 상황이 나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티웨이항공을 잠재적인 매물로 보는 중이다. 대주주 예림당이 이미 지난해부터 조용히 몇몇 잠재 인수 후보들의 의향을 타진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올해 주인이 바뀔 수 있는 LCC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애경그룹이 뒷배가 되어주고 있지만, 올해 상황이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인수금융을 산업은행에서 받았다. 현 정부의 지원 방침, 지원 규모에 대한 정보를 가장 열심히 수집하고 있을 회사 중 하나다. 애경그룹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가능한 한 버텨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위기가 지나가면 LCC 중 상당수가 정리되면서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공산에서다.
한 금융권 구조조정 전문가는 "정부는 LCC를 모두 살려서 가겠다는 생각이 없다"며 "특히 재무구조가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곳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기본적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는 "LCC 간 인수합병 등이 벌어져 내년엔 올해보다 LCC의 수가 줄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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