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2일(07: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요 도심의 오피스빌딩에 입주한 기업인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임대료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재협상을 요구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업의 타격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전이될 경우 부동산과 연관된 금융 부문을 시작으로 전방위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는 이달 초까지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요 오피스를 임차한 기업 고객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집계됐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부동산, 기술 및 통신, 은행 등 금융사, 소매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응답자는 중국(30%)과 대만(11%), 홍콩(9%)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호주(10%)와 일본(5%) 한국(4%) 등의 기업 담당자다.
설문 대상 기업인의 36%는 빌딩 임대료 감면 협의를 진행했고, 24%는 임대료 유예기간을 요청했다고 응답했다. 무상 임대기간의 연장과 핏아웃(인테리어공사 기간) 지원금을 요청했다는 응답도 각각 17%와 15%가량 나왔다.
건물주에게 실제로 구제조치를 받았다는 비율은 29%에 그쳤다. 22%는 일부 임대료 조정 등을 받았으나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나머지 7%는 만족한다고 답했다.
올 하반기 전망에 대해 기업인들은 비즈니스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51%의 응답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에 차질을 빚은 상반기에 비해서도 하반기에 환경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일본과 호주 기업인들의 70~80% 가량은 하반기에 기업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 기업인들의 70% 가량은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했고, 한국 기업인들도 55% 가량이 기업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 예상보다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대료 수익 하락은 빌딩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 등은 100조원 넘는 자산을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장기적인 전망은 엇갈렸다. 많은 기업인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격근무 관련 기술 투자가 늘어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60% 가량의 응답자가 기업들의 오피스 사용 공간은 지금과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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