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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칼럼] 혼돈의 시대, 애덤 스미스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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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의 충격과 미래 변화를 점치는 시나리오들이 쏟아지고 있다. 말 그대로 혼돈의 시대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사회가 고립주의로 가고 세계화에도 종지부가 찍힐 것처럼 예측한다. 과연 그럴까?

위기가 오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인다. 코로나19 앞에서 드러난 각국의 민낯이 그렇다. 누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자국 중심의 평가가 난무한다. 18세기에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질서와 번영의 출발점으로 ‘동감(sympathy)’을 강조했다. 그가 말했던 ‘공평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로 돌아가면 칭찬받아야 할 것과 비난받아야 할 것을 분간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자연스러운 수준을 넘어선 애국심도 마찬가지다. 자국은 우월하고 상대국은 열등하다는 국민적 편견, 상대국을 끌어내려야 자국이 잘된다는 감정은 꼭 위기 상황에서 고개를 치켜든다. 이런 편견과 감정은 국가 간 갈등과 전쟁의 씨앗이 될 뿐이다.

국가들이 경쟁해 세계에 좋은 것은 경제·학문·예술·과학이라는 스미스의 주장은 지금도 와닿는다. 이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되돌아보게 한다. 공평한 관찰자로서의 동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부(富)의 정의와 원천을 다룬 《국부론》으로 이어졌다. 스미스는 인간의 ‘교환 성향’에 주목했다. 코로나19로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근 상황에서도 의료장비 교역이 일어나고 기업인과 과학자가 오고 간다. 시장이 나타나 교환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교환이 시장을 창출한다. 분업이 교환을 낳는 게 아니라, 교환이 분업을 낳는다. 무역과 세계화, 부의 창출은 교환 성향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지, 누가 사전에 설계한 작품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자급자족의 도래니, 성곽 시대로의 복귀니, 세계화의 종말이니 하는 전망을 이해할 수 없다. 문명이 진화해온 자생적 힘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전망은 실현 가능한 것도,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아니다.

스미스는 영국과 식민지 미국이 충돌할 때 미국의 독립을 지지했다. 그는 중상주의 시스템의 모순을 간파했다. 기득권 보호와 규제, 전쟁과 빚으로 왜곡된 경제 현실을 직시했다. 자연스러운 경제와 자유무역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각국이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면서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치료제든 백신이든 돌파구를 빨리 찾기 위해서라도 경제 복원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게 지금의 과제다. 스미스는 영국에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진보로 산업혁명이 꿈틀대던 시대를 살았다. 지금의 세계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인류는 이번에도 새로운 지식과 기술진보로 보다 안전한 사회, 보다 안전한 세계화와 함께 경제를 살릴 해법을 찾아낼 것이다.

스미스가 새로운 경제를 말하던 당시 영국은 절대왕정의 유럽 대륙과 다르게 정치 민주화로 나아가고 있었다. 새로운 경제는 새로운 정치를 요구한다. 4차 산업혁명을 꽃피우기 위한 규제개혁과 법·제도 정비는 정치혁명 없이는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직전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는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관성과 통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고와 담대한 의지로 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선거는 끝났다. 국민은 경제 실책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에 위기 극복의 기회를 줬다. 정권의 책임은 더 막중해졌다. 문 대통령이 경제 현실을 직시한다면 코로나19로 힘든 국민을 더 힘들게 하는 적대적 정치문화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실천은 멀리 있지 않다.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과 인적 구성으로 당장의 위기 대응은 물론 코로나19 이후를 위한 준비까지 할 수 있는 국가전략팀을 가동해 보는 것은 어떤가?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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